선거관리위원회는 그동안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구실로 외부 감시를 사실상 피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2023년까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자체 감사 기구가 없었다. 감사 부서는 자녀 특혜 채용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지휘를 받았다. 이 때문에 2022년 김세환 전 사무총장 자녀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도 중앙선관위는 직원들로 임시 감사반을 구성해 감사를 했다. 그 결과는 “김 전 총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없다”는 것이었다. 김 전 총장 혐의는 2023년 5월 김 전 총장 외 다른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까지 불거지고 나서 일부 확인됐다. 중앙선관위는 이때도 자체 감사를 했다. 혐의와 관련된 상당수 사실관계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등 외부 기관이 개입하고 나서야 드러났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월에야 사무처에서 독립된 감사위원회를 만들고 외부 인사들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선관위 직원 36명이 범죄 혐의로 기소되거나 기소 유예 결정을 받았다. 그런데 이 36명 중 13명은 형사 처분과 별개로 부과되는 징계를 받지 않고 주의·경고 처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는 당시 비위 공무원을 징계하도록 한 ‘공무원 비위 사건 처리 규정’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징계 여부를 알아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국회가 해마다 중앙선관위를 국정감사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실효성 있는 국정감사를 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의원들의 정치 활동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선관위를 잘못 건드렸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선관위는 정치인의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 부과, 고발, 수사 의뢰 등을 할 수 있다. 선관위는 직원들 비위와 관련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잘 응하지 않는다고 국회 관계자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