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에서 진보층의 더불어민주당 지지 비율이 보수층의 국민의힘 지지 비율보다 우세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정당 지지도에서 진보층 결집도가 보수층의 결집도보다 높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작년 12월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이완 흐름을 보였던 진보층이 다시 결집하는 반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이후 강해졌던 보수층의 결집세는 느슨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도층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에 다소 밀리는 국민의힘에선 “탄핵 심판 결정이 내려질 경우 정치권에 몰아닥칠 파장까지 감안할 때 당의 노선과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314명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74%였다. 이념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264명 가운데 79%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정당 지지 결집도를 단순 비교하면 진보층의 민주당 지지도가 보수층 국민의힘 지지도보다 5%포인트(p) 높았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1월 2주) 실시된 갤럽 조사에서 보수층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73%였다. 보수층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이후 79%(1월 3주)→77%(1월 4주)→78%(2월 2주)를 유지하다가 최근 조사(2월 3주)에서 7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진보층의 민주당 지지도는 73%→72%→79%→78%→79%로 상승세를 보였다. 진보층의 민주당 지지도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18일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라고 발언한 이후 오히려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 지지층이 이 대표의 ‘중도보수론(論)’을 선거 전술로 용인해 준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지지층의 이탈을 걱정하지 않고 이념 지형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사정이 복잡하다. 작년 12월 27일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상승세를 탔지만 최근 들어선 강성 지지층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도층이 이반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이달 초 32%(2월 2주)였던 것이 한 주 만에 22%(2월 3주)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지층 결집도도 민주당과 비교해 열세로 나타난 것이다.
여권에선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탄핵 심판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현상 유지 전략으로 일관할 경우 산토끼(중도층)를 놓치는 것은 물론 집토끼(보수층) 묶어두는 데도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중원을 지켜야 하는데 우리는 오른쪽 끝에 바글바글 모여 있다”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민주당에)안방까지 다 내주고 말 것”이라고 했다. 앞서 안철수 의원도 “강한 의견을 가진 분들만 모여 계시는 것은 이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는 방법”이라며 “이대로(강경 일변도로) 그냥 두면 우리 당이 위험하다”고 했다. 이런 의견에 국민의힘 친윤계에서는 “탄핵 심판의 부당성을 중도층에게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중순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경우 국민의힘 지지층은 분열을 겪을 공산도 크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 이후 갈라진 민심을 다시 모으는 일”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정기를 거쳐 국민의힘 진영이 전열을 정비하고 단일 대오 구축에 나설 가능성도 정치권에서 거론된다. 박성민 정치 컨설팅 ‘민’ 대표는 “만약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다면 강성 우파부터 중도·보수 진영까지 ‘이재명에게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자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