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마이크에 문제가 생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도움을 받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오전 “오로지 진보만 주장해서 어떻게 국가 살림을 하느냐”며 다시 한번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에는 양대 노총을 방문해 “우클릭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했다. 같은 날 당의 이념 좌표와 관련해 상충되는 말을 한 것이다. 이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 확장과 지지층 결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우(右)재명과 좌(左)재명과 중 어느 게 진짜냐” “지나친 오락가락에 신뢰 리스크만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상이란 흑백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색도 있고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무지갯빛도 있다”며 “국가 살림을 하는 정당이 오로지 진보, 이래 가지고 어떻게 살림을 하느냐”고 했다. 이어 “안보나 경제 영역은 보수적 정책으로 하고, 사회문화적 영역은 진보적으로 집행하면 된다”며 “정책의 중심이 보수적일 수도 있고 진보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외교·안보 분야에서 연일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민생경제 분야에선 친(親)기업과 경제 성장 메시지에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국민의힘이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 정당’이 된 상황에서 갈 곳 잃은 중도·보수층을 민주당이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을 ‘극우’로 가두고, 중도층을 끌어당기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노총 간담회에서는 “최근에 논쟁되고 있는 성장 중심 또는 우클릭, 이런 얘기들에 대해 혹시라도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사회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면 진보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게 돼 있다”고 했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던 노동계를 달래는 시도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최근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적용’ 특례 조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오해 안 하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란봉투법’도 재발의해 당론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달 들어 구체적인 정책 각론을 두고 수시로 입장이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두는 방안을 수용하는 듯했다가, 노동계 반발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두고도 “추경 통과를 위해선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사흘 뒤 발표한 추경안에 다시 포함시켰다. ‘오락가락’ 비판에도 이 대표 측은 “실용주의적 면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명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이 좌파 혹은 진보로 인식되고 있다는 이 대표의 불편함이 우클릭 강박관념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나 우클릭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과 오찬을 하며 “공천 과정에서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해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비명횡사’ 논란을 빚은 지난 총선 공천에서 배제당한 대표적 인물이다. 이날 회동은 이 대표가 박 전 의원에게 먼저 전화해 제안했는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 비명계와 화해하려는 행보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만난 데 이어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28일엔 김동연 경기지사와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