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생회복·경제성장을 위한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제시하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영 예산결산정조위원장, 진 의장, 이정문 수석부의장./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3일 13조원대에 이르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 등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자,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가 다시 포퓰리즘을 강화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가 최근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용’ ‘성장’을 내세우며 우클릭 전략을 구사하다가 지지도를 높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과거 기조로 돌아간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발표한 추경안에서 자기들이 편성한 총액(35조원대)의 3분의 1 정도인 13조원을 전 국민 25만원 지원 예산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지원금 25만원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과 총선 때 내건 대표적 ‘돈 풀기’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25만원에서 시작해 지원금 액수를 1인당 연 100만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래픽=이철원

그런 이 대표가 지난 1월 말에는 추경 편성 논의를 촉구하면서 “민생 지원금 때문에 추경 편성을 못 하겠다면 민생 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에서 현금 지원성 추경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25만원 지원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흘 뒤 민주당이 자체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 예산을 다시 넣은 것이다.

이 대표의 이런 기조 변화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안팎에 이 대표의 우클릭 노선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일부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계엄·탄핵 국면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생기자 중도·실용 노선으로 우클릭을 시도했지만 강성 지지층의 저항에 다시 좌클릭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주 4일제’ 등 민주당 지지자들을 의식한 듯한 정책을 내놨다. 앞서 그는 반도체 분야 종사자는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는 반도체특별법 제정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다가 민노총 등 노동계와 강성 지지층 반발이 거세자 “반도체 산업 육성에 ‘주 52시간 예외’가 꼭 필요하냐”고 달라진 기조를 보였다.

이 대표는 외교·국방과 관련해서는 전통적 민주당 기조에서 벗어난 우클릭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진보 진영이 잘 쓰지 않는 ‘자유 민주 진영’ 같은 문구를 언급하며 “미국과 국제사회에 감사하다”고 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반일’ 노선에서 벗어나 ‘한·미·일 협력’도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라며 방위산업 지원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런 기조가 오래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집권해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우회전’의 길을 간 노무현 전 대통령식 인식 전환에 이른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