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민의힘이 ‘비상계엄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서 외환(外患),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제외하고 수사 기간, 수사 인원을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 안의 명칭은 ‘내란·외환 특검법’이지만, 국민의힘 안은 ‘비상계엄 특검법’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17일 특검법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무조건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르면 17일 비상계엄 특검법을 여당 108명 의원 전원이 서명해 당론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자체 비상계엄 특검법 발의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그러나 거야(巨野)가 특검법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여당이 반대만 하기보다는 자체 특검법 발의로 대안 제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권 원내대표는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쟁적으로 (내란 혐의를) 수사하고 있어서 사실상 특검이 필요하지 않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독소 조항이 가득한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키려 한다”며 “최악의 (야당) 법보다는 차악(次惡)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발의하는 ‘비상계엄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서 외환 혐의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은 제외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의 내란·외환 특검법에 포함된 ‘해외 분쟁 지역 파병, 대북 확성기 가동 및 전단 살포, 무인기 평양 침투’ 등 관련 내용을 모두 뺀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민주당 안과 동일하지만, 추천 후보 수를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수사 대상인 특검의 수사 기간·수사 인원 역시 민주당이 제시한 것보다 대폭 줄일 전망이다. 민주당안의 수사 기간은 최장 150일, 수사인원 규모는 155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체 비상계엄 특검법에는 수사 기간을 최장 110일로 하고, 수사 인원도 68 명 규모로 꾸리는 방안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17일 만나 특검법에 대한 접점을 찾기로 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7일 오전에 양당 원내대표가 (특검법)협상을 시작하고, 협상 결과를 같은 날 열리는 본회의 의결에 반드시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 특검법안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지 여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규모 수사 인원으로 외환, 내란 선전·선동 혐의까지 수사하는 내용의 기존 특검법안을 그대로 밀어붙이자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과 맞물려 당내 일각에선 “‘외환 행위’를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수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북 확성기 가동까지 처벌하자는 것에 동의 못 하는 국민도 많은 만큼 우리가 이 내용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