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34%,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6%로 나타났다. 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전화 면접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한 결과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2%p로 오차 범위 안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전인 작년 11월 26~28일 갤럽 조사 때 국민의힘(32%)·민주당(33%) 지지율 격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양당 지지율이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작년 12월 17~19일의 직전 갤럽 조사 때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24%)의 2배였다. 양당 지지율 격차가 3주 만에 24%p에서 2%p로 22%p 줄어든 것이다. 갤럽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소추안 가결, 국회의 탄핵 소추안 내용 변경(내란죄 철회) 관련 공방, 대통령 수사 관련 수사권 혼선과 체포 영장 집행 불발 등 난항 속에서 진영 간 대립이 한층 첨예해졌다”며 “이는 기존 여당 지지층의 정권 교체 위기감을 고취하는 한편, 제1 야당에 힘을 실었던 중도·진보층의 기대감을 잦아들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野 강공 일변도에 ‘여론 역공’… 탄핵 찬성도 75→64% 하락

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2%로 1위였다. 37%를 기록한 작년 12월 17~19일 조사보다 5%p 하락한 수치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네 회사가 공동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화 면접 방식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차기 대통령 적합도 31%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30%대 지지율에 갇혔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픽=백형선

한국갤럽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34%)과 민주당(36%) 지지율 격차가 2%p 차로 나타난 것과 관련해 “양대 정당 구도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 직전인 작년 11월 26~28일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민주당 지지율 격차는 1%p였다. 갤럽이 비상계엄 사태 발생 열흘여 뒤인 작년 12월 17~19일의 조사와 이날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는 13%에서 24%로 늘었고, 민주당 지지는 46%에서 35%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당 지지율 흐름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와 다른 양상이다. 2016년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한 이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은 30%대에서 12%까지 하락했다. 그런데 이번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대에서 24%로 떨어졌다가 한 달여 만에 계엄 사태 이전으로 회복했다. 8년 전 탄핵 국면 때는 새누리당 의원 수십 명이 탈당해 분당(分黨)했다. 하지만 이번엔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며 분당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게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요인으로 보인다고 갤럽은 설명했다.

비상계엄 사태 발생 후 한 달 사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여론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기 직전인 지난달 10~12일 갤럽 조사에선 탄핵 찬성이 75%, 반대가 21%였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찬성 64%, 반대 32%로 찬성은 11%p 줄고, 반대는 11%p 늘었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작년 12월 10~12일 조사에선 중도층의 83%가 탄핵 찬성, 14%가 반대라고 응답했다. 보수층은 찬성 46%, 반대 50%, 진보층은 찬성 97%, 반대 3%였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의 탄핵 찬성은 70%, 반대는 24%로 찬성 응답 비율이 13%p 줄었고, 반대가 10%p 늘었다. 보수층도 찬성 33%, 반대 64%로 찬반 비율이 13~14%p 변화했다. 진보층은 찬성 96%, 반대 3%로 큰 변화는 없었다.

연령대별로 봐도 탄핵 찬성이 줄고 반대가 늘었다. 20~50대의 탄핵 찬성이 80%대에서 70%대로 줄었고, 탄핵 반대는 10%대에서 20%대로 상승했다. 60대는 찬성이 60%에서 46%로 줄었고, 반대는 36%에서 50%로 늘었다. 70대 이상은 찬성이 49%에서 36%로, 반대는 43%에서 56%로 바뀌었다.

다만, 비상계엄 이후 보수층과 진보층 응답자 비율이 달라지면서 정당 지지율도 바뀌는 경향을 보였다. 비상계엄 직후인 12월10~12일 조사 때 전체 응답자 중 보수는 245명, 진보는 330명, 12월 17~19일 조사에선 보수 267명, 진보 357명이었다. 진보층 응답자가 보수층보다 90명가량 많았고, 이들 조사에선 국민의힘은 24%대, 민주당은 40~48%대 지지율을 보였다. 비상계엄 사태에 실망한 보수층보다 진보층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날 발표된 조사에선 보수가 331명, 진보 293명으로 보수층이 38명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탄핵 소추하고 공수처의 윤 대통령 수사를 지휘하는 듯한 압박에 나서는 등 강공 일변도로 나오자 보수층이 역으로 결집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선 이재명 대표가 32%로 1위였다. 갤럽은 후보군을 제시하지 않고 응답자가 스스로 답하게 하는 방식으로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한다. 이 대표는 그동안 갤럽 조사에서 선호도 20%대를 기록하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조사(12월 17~19일)에선 37%까지 올랐다가 다시 5%p 하락했다. 응답자에게 후보군을 불러주는 방식인 NBS 최근 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통령 적합도 31%로 1위였다.

갤럽의 장래 지도자 선호도 2위는 8%를 기록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이 여권 인사 중 1위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이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6%, 홍준표 대구시장 5%, 오세훈 서울시장은 3%였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각 2%,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동연 경기지사가 각 1%를 기록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범보수 후보 지지율 다 합쳐도 26%로 이 대표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볼 때 현 시점에선 정권 교체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