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0일 “민생·안보 협의를 위한 ‘여야정(與野政)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라고 밝혔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정 협의체 멤버 구성과 관련해서 지금 국회의장과 논의 중에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초당적 협력체’ 구성을 수용한 것이다. 이는 12·3 비상계엄 이후 적신호가 켜진 경제·안보 분야에서 민주당과 협치(協治)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 안정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점도 고려됐다.
여야정 협의체는 한덕수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여하는 4인 체제가 유력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 운영은 4인이 만장일치로 의사 결정을 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조국혁신당 등 소수 정당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협의체 발족은 양당(兩黨) 대표가 맡아서 하되 이후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등 유연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우원식 의장은 지난 15일 한 권한대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국회와 정부의 국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조속히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대표도 ‘국정안정협의체’를 가동하자고 했었다. 권 권한대행은 “대외 신인도 제고,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서는 협치가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국민에게 여야가 머리 맞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서 발족 가능성이 커진 여야정 협의체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제적으로 제안했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 15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 국회·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었다. 애초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정(黨政)협의체에서 여당으로서 책임정치를 할 것”이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18일 권성동·이재명 두 사람이 만난 이후 협의체 발족의 물꼬가 트였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상황에서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 안정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민주당에선 국정 협조로 수권(受權)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각각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한덕수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하겠다고 암시하는 등 권성동 권한대행의 고심도 깊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권 권한대행은 거대 야당의 도움 없이는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어렵다고 보고 여야정 협의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권 권한대행은 “여야정 협의체는 민주당이 아니라 국회의장이 최초로 제안한 것”이라며 “국회의장과의 협의 과정에서 참여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는 여야정 협의체 운영 과정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여야정 협의체에 참여하면 한 권한대행과 장관들에 대한 무차별 탄핵소추 추진 움직임이 어느 정도 잦아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직무 정지된 공직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다. 나아가 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을 탄핵한다면 여야정 협의체의 한 축이 무너지는 셈”이라며 “민주당이 협의체에 참여하면 책임감을 갖게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은 이날 별도의 고위당정(黨政)협의회에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내달 1일부터 내년도 예산을 즉각 집행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 취약계층·소상공인 추가 지원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1월 초부터 소상공인 지원 사업 선정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정책 융자 규모도 올해보다 600억원 늘어난 3조7700억원으로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