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후반기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압승으로 출범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전반기 2년은 여대야소(與大野小), 후반기 2년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되면서 여야 간 대립과 반목이 되풀이됐다. 2020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21대 전반기 2년 동안 이른바 ‘검수완박법’과 ‘임대차 3법’ 등 입법 폭주로 치달았다. 2022년 윤 대통령 취임 후 맞은 21대 후반기는 거야(巨野)의 쟁점 법안 일방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어졌다. 후반기엔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를 맡으면서 거야의 당대표 방탄과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법 공세가 이어졌고, 여당은 방어에 급급하면서 민생 입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래픽=백형선

◇민주당의 입법 폭주, 10건 넘은 대통령 거부권

2020년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하면서 출범한 21대 국회는 초반부터 민주당 입법 폭주의 연속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가 후반부에 접어들 무렵,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여당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2020~2022년) 국민의힘(103석) 반대에도 쟁점 입법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전세금 폭등을 가져온 ‘임대차 3법’,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 분리해 검찰 수사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에 부딪힌 ‘검수완박법’, 중소기업이 강력 반발한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민주당은 여당 반대에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21대 전반기 신재생에너지 확대, 탈원전 법안도 쏟아냈다. 2021년 2월 대형 발전 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RPS)를 기존 10%에서 25%로 확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발전소들은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했고, 전국의 논과 산은 태양광 패널로 뒤덮였다. 그해 9월엔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키면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보다 9%포인트 올린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한다고 명시했다.

윤석열 정부 초반 2년과 겹친 21대 후반기(2022~2024년)는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부딪쳤다. 28일까지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10번 행사했고,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9일에 전세사기특별법 등 5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다수 여당의 지원을 받은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거부권 행사를 한 적이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21대 후반기에도 과반 다수당 자리를 유지한 민주당이 입법을 밀어붙인 반면, 소수 여당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외에 이렇다 할 대책이 없었던 탓이다.

임기 4년 내내 여야 충돌이 일상화한 21대 국회는 정작 법안 처리율에선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8일 기준 21대 법안 발의 건수는 2만5855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 가운데 9467건만 본회의를 통과해 법안 처리율은 36.6%로 역대 최저다. 법안 1건당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599일로 20대 국회 때(578일)보다 늘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의원들이 법안의 자구(字句)와 수치만 바꿔 개정안을 내는 실적용 입법에 치중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대통령 임명권 두고도 충돌

2022년 5월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는 대통령의 주요 인사를 두고 여야가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취임 후 2년 동안 국회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4명에 달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는 34명이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3년 남았고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구도라 야당의 반대 속에 윤 대통령이 장관급 인사를 임명하는 경우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대통령이 국회 청문 보고서 없이 장관급 인사를 임명한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 3건, 이명박 전 대통령 17건, 박근혜 전 대통령 10건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청문 보고서 채택에 합의하지 못한 채 임명되는 장관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인사에 대한 여야 대립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작년 10월에는 민주당의 반대로 1988년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대법원장 후보자(이균용)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거야의 탄핵 남발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며 압승한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개원하자 국회 상임위원장 18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의석 비율에 따라 각 당이 상임위원장을 나눠 갖는 관례를 깬 헌정 사상 첫 사례였다. 민주당은 이후 주요 쟁점 법안이나 인사 관련 탄핵안을 밀어붙였다. 작년 9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무총리(한덕수) 해임 건의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작년 2월에는 핼러윈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도 민주당 단독으로 가결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도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소추 5개월 만인 작년 7월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했지만 이후에도 민주당의 탄핵은 계속됐다. 2021년 2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판사(임성근)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민주당은 작년 9월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사(안동완) 탄핵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작년 12월에도 추가로 검사 2명(손준성·이정섭)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밀어붙였다.

◇피고인 의원 전성시대

21대 국회에선 그 어느 때보다 검경 수사와 법원 재판을 받는 의원이 많았다. 참여연대가 지난 1월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1대 의원 300명 중 수사를 받거나 기소돼 재판을 받는 의원이 100명에 달했다. 재적 의원의 3분의 1이 피의자나 피고인인 셈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 7개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 3건을 동시에 받고 있다. 민주당 의원으로 시작해 조국혁신당으로 옮긴 황운하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민주당에 있다가 탈당한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금 횡령 혐의로 2심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 가운데 21대 국회 임기 중에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자녀에게 허위 인턴 서류를 써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최강욱 의원 등 8명에 불과하다. 재판이 늘어지면서 대부분 의원 임기 4년을 다 채운 것이다. 국민의힘 정찬민 전 의원은 제삼자 뇌물 혐의 등으로 하급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까지 1년 4개월간 구치소에서 세비(歲費)로 2억원 넘게 받아 갔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 의원도 작년 8월 구속되고 지금까지 세비 1300만원을 매달 꼬박꼬박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