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과 관련 대국민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야 원로들과 정치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9일 기자회견이 “남은 임기 3년의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여당의 4·10 총선 참패 속에서 취임 2주년을 맞는 윤 대통령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민심의 지지를 회복하며 국정 운영 동력을 얻겠지만, 종전처럼 자기주장을 고집하거나 변명으로 흐를 경우 총선 패배 이상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출신으로 국회의장을 지낸 문희상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 2년은 여의도 탓, 야권 탓을 하면서 지나 왔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선 ‘내 책임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집무실에 있는 팻말 문구(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처럼 윤 대통령이 자기 책임부터 인정하는 자세로 회견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흥수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이 “사안을 자세히 설명하려 하거나 변명 일변도로 가선 안 된다”며 화법과 태도에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유 고문은 “윤 대통령은 현안에 대해 세세히 자기 입장을 설명하고 싶겠지만,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겸손한 자세가 우선”이라며 “표현, 걸음걸이 하나하나까지 되돌아보면서 국민에게 오만하게 비친 게 있다면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신율 명지대 교수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 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대통령의 의료 개혁 대국민 담화는 의도와 달리 역효과가 났는데, 그 이유는 의료계 혼란을 수습해 안정감을 주길 원하는 국민을 생각한 게 아니라 의료계를 상대로 의사 증원의 당위성만 강조한 점”이라며 “이번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국민의 질문에 충실히 답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취임 2년 회견에선 남은 임기 3년을 이끌어갈 구체적인 정책 기조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았다. 민경우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갈등 해결자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민 전 위원은 “총선이 끝났는데도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국민 불안감이 크다”며 “훈화 조 국무회의 발언 스타일이 아니라 여유 있되 겸손하게 여야, 의정 갈등 문제 등을 풀 가닥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지난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처럼 뚜렷한 정책 기조가 있었는데, 현 정부는 연금·교육·노동·의료 개혁을 아우르는 기조가 잘 안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가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이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메시지와 함께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에 대한 호소력 있는 메시지도 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야당이 추진하는 해병대원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문제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문희상 전 의장은 “대통령은 ‘법안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은 여야가 합의해 달라. 나는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준한 교수는 “대통령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며 “특검을 통해 결백을 입증하는 게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고 퇴임 후 부담도 덜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성수 교수는 “해병대원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속도를 내고 있고, 김 여사 관련 사안은 검찰이 수사 중인 만큼 그 결과를 보고 특검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원론적 태도가 옳다고 본다”고 했다. 유흥수 고문은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유를 불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경색된 대야(對野)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용득 민주당 상임고문은 “야당을 싸워 이겨야 할 대상으로 보지 말고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대통령다운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문희상 전 의장은 “대통령제에서 국정의 모든 책임을 진 대통령이 먼저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의장은 “1노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할거한 여소야대 국회에서 3당 통합을 거쳐 남북기본합의서, 북방 외교 같은 성과를 낸 노태우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도 통합 정치의 비전을 회견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