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 본회의에선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국가가 대신 물어주는 내용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附議)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은 이번 달 안에 국회 본회의가 다시 열리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전세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이 있는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공공기관이 이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임차인으로부터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다. 임차인은 받지 못한 보증금에 상응하는 현금을 받게 되고, 공공기관은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바탕으로 임대인에게 채권 추심을 하게 된다. 사실상 공공기관이 먼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중에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받아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 보증금이 일종의 ‘악성 채권’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라 해도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받아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3만6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이 1인당 평균 1억4000만원, 총 5조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3조~4조원은 끝내 임대인으로부터 받아내지 못하고 공공기관들이 떠안아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인 간에 벌어진 ‘전세 사기’ 피해자의 피해를 국가가 전액 책임지고, 그 부담을 납세자들이 나눠 지는 것이 합당한 일이냐는 비판도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반대해 왔고,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장기간 묶여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2월 27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법안을 본회의로 보내자는 요구안을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이날 본회의에선 이 요구를 받아주는 안건이 통과된 것이다. 여야 의원 268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찬성 176표, 반대 90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이달 안으로 국회 본회의가 다시 열리고 민주당이 이 법안을 상정하는 안건까지 다수결로 통과시키면, 최종적으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전세 사기로 고통받는 임차인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민생 법안”이라며, 이달 중으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