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특검법은 작년 7월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를 가리는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 ‘윗선’이 개입한 의혹을 규명하자는 게 핵심이다. 애초 해병 1사단장 등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가 국방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계기로 나중에 일부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 윗선의 외압에 의한 축소·은폐 의혹이 있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이 사건 초동 조사를 지휘한 당시 박정훈(대령) 해병대 수사단장은 작년 7월 30일 임성근 해병 1사단장 등 8명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된 조사 결과를 이종섭 국방 장관에게 보고해 결재받았다. 그러나 이 장관은 그 이튿날 ‘수사권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의 자료에 혐의를 적시할 경우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뒤늦게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박 대령이 이를 거부하고 경북경찰청에 이첩을 강행하자, 국방부는 박 대령이 이첩한 조사 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했다. 국방부는 또 박 대령에 대해 항명 등 혐의로 보직 해임하고 그를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이후 해병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자료를 회수한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성근 1사단장을 제외한 대대장 2명의 혐의만 인정된다’는 의견으로 사건을 경찰에 다시 이첩했다. 박 대령 측은 “외압에 의해 사건을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건은 야권에서 윤 대통령의 ‘격노설’을 제기하면서 대통령실 외압 의혹으로 번졌다. 박 대령은 군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VIP(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이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조사 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한 당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권에선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짙어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 대상에 대통령도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이미 공수처와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을 검토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종섭 당시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 이첩을 보류한 것도 “해병대 수사단은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내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데도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이첩한 것은 월권”이라고 반박했다. 국방 장관이 박 대령의 월권 행위를 방치했다면, 오히려 그게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에선 대통령에 대한 최종 특검 추천권을 민주당만 행사하게 한 것 등도 문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