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 더불어민주당 이재한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박덕흠 후보 /뉴스1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는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보은·옥천·영동과 괴산 지역구가 통합된 2016년부터 20·21대 총선 2번 모두 보수 후보가 이겼다. 특히 보은·옥천·영동 지역은 지난 2000년부터 6번의 총선 가운데 5번을 보수 정당이 이겼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접전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한 후보와 국민의힘 박덕흠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야당의 ‘심판론’ 바람이 이곳에도 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기업인 출신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지냈다. 과거 이 지역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이다. 그는 과거 총선에서 박 후보에게 2번(19·20대) 졌는데, 이번에 설욕전을 노린다.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박 후보는 이 지역에서만 3선을 했다. 건설업체 대표 출신인 그는 전문건설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재한 “윤석열 정권 심판”

더불어민주당 이재한 후보는 이날 오후 1시쯤 영동군 영동읍에 있는 영동시장에서 ‘막판 유세’를 벌였다. 파란 점퍼 차림의 그는 시장 초입에 몰린 시민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가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이자, 시민들은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격려했다. 지지자들은 줄을 서서 그와 ‘단체 셀카’를 찍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이재한 후보가 9일 오후 영동군 영동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권순완 기자

그는 유세 차량에 올라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이제는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저 이재한을 국회의원 만들어주시면 영동을 확실하게 변화시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자리에 5일장마다 나오셔서 힘들게 돈 벌고 계신 우리 사장님들, 이제 오늘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이라며 “조금만 참으시면 제가 여러분들의 미래를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우리 지역은 (원래) 보수의 메카지만, 지금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박 후보의 12년 의정활동이 싫다는 바닥 민심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말 간절합니다. 투표로 심판해주십시오!”라고 썼다.

이날 유세 장소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참석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 전주시병 선거구에 출마했다. 그는 “제 선거구를 놔두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이재한 후보 아버지) 이용희 전 부의장은 제 정치적 아버지이시고, 이재한 후보는 제 정치적 친동생”이라며 “간절하게 일하고 싶은 이재한에게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 정 전 장관은 연설 후 시장 곳곳을 다니며 상인들과 인사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9일 영동군 시장을 방문해 이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이재한 후보를 응원했다. 사진은 정 전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대파를 들고 이 후보(왼쪽에서 네 번째)와 상인들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권순완

이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양곡관리법 재추진 ▲이해충돌방지법 국회법 개정 ▲광역로컬푸드 클러스터 확충 등을 내걸었다.

◇박덕흠 “한 번 더 일할 기회 달라”

국민의힘 박덕흠 후보도 이날 오전11시쯤 영동 시장을 찾았다. 빨간 바람막이 위에 흰 조끼를 입은 그는 시장 입구 사거리에 몰린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허리를 굽혔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 어르신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지지자들은 그에게 다가와 “꼭 이기실 것”이라며 응원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의 국민의힘 박덕흠 후보가 9일 오전 영동군 영동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권순완 기자

그는 유세 차량에 올라 “오늘 22대 총선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이라며 “박덕흠에게 한 번 더 지역을 위해서 일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그는 “(당선이 된다면) 동남4군(보은·옥천·영동·괴산군) 군민들을 위해서, 여러분 곁에서 여러분과 소통하면서 여러분들의 기댈 언덕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 가능하신 분들, 손에 손잡고 투표장에 가셔야만 이길 수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 만나 “이번 선거에선 야당이 말하는 ‘정권 심판론’ 논리가 (주민들에게) 상당히 먹혀, 지지율 차이가 좁혀졌다”면서도 “제가 거리에 나와보면 실제 바닥 민심은 (우리에게) 나쁘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상대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절실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유세장엔 박 후보의 아내가 나와 지지 연설을 했다. 그녀는 “저는 남편과 42년 반평생을 함께 살았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 남편 박덕흠 후보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것 하나는 누구한테 지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라며 “부지런한 일꾼인 박덕흠을 지지해 달라”고 했다. 박 후보와 아내는 연설을 마치고 유세 차량 앞에서 시민들에게 큰절을 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의 국민의힘 박덕흠 후보가 9일 오전 영동군 영동시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권순완 기자

박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양수발전소 조기 착공 ▲괴산댐 월류 및 수해 방지 ▲농업인 기초연금제 실시 등을 내걸었다.

◇지지율 초박빙… “선거 직전 결집효과”

이 지역 선거 판세는 최근 ‘초박빙’이 됐다. 한국리서치가 KBS청주의 의뢰로 지난달 26~30일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후보(41%)와 이 후보(40%)의 지지율 차이는 1%포인트로 오차 범위 안이었다. ‘지지후보가 없다’ 혹은 ‘모른다’ 등의 부동층은 19%로 나타났다. 지난 2월이나 지난달 중반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이 후보를 20%포인트 전후로 앞섰는데, 이 후보가 따라 붙은 것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보수·진보 진영 양 측이 결집하는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