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말조심’ ‘몸조심’ 모드에 들어갔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 지표가 국민의힘에 긍정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자칫 당 인사들의 막말과 각종 비하 발언 논란으로 겨우 딴 점수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당 회의에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힘에 좋게 나오는 점을 언급하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우리가 아직도 어렵고, (더불어민주당을) 쫓는 입장”이라며 “국민을 정말 두려워하고, 눈치를 보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고 공개 석상에서 당부한 것이다. 그는 지난 13일에도 당원들에게 “과거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이 나오고, 국민께서 실망하시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당부 문자를 보냈다.
김예지 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22대 총선을 앞두고 혐오 표현,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 등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이 또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며 “자기 진영에 안주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함몰된 정치, 그리고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막말 마케팅을 하는 정치와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김 위원은 발언 중 ‘돌발 퀴즈’도 냈다. 그는 한 위원장에게 “’장애를 앓고 있다’가 맞는가, ‘장애가 있다’가 맞는가”라고 물었다. 한 위원장은 “’장애가 있다’가 맞지 않겠나”라고 답했고, 김 위원이 “정답”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에겐 ‘‘외눈박이 같은 의견’의 바른 표현을 물었다. 윤 원내대표가 당황한 듯 멋쩍은 웃음을 짓자, 김 위원이 귓속말로 힌트를 줬다. 윤 원내대표는 “약간 팁을 줬는데 ‘편협된’이라고 한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정말 뜨거운 시기가 될 것이다. 뜨거우면 말이 좀 더 세진다”며 “저도 김 위원 말씀을 항상 마음에 두고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실제 4년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참패했던 이유 중 하나는 막말로 꼽힌다. 그해 4월 차명진 후보는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언급해 ‘세월호 막말’ 논란이 일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차 후보를 즉각 제명했으나, 이미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까지 등을 돌린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