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5일 전날 자신의 총선 서울 마포을 불출마 결정과 관련한 ‘용산 대통령실 외압 의혹’에 대해 “전혀 없었다”며 “(압력이 있었다고 해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불출마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당의 공천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대통령실 메시지를 받은 적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여러 가지 해석들이 많지만, 제가 말씀드린 그대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경율 바라보는 한동훈 -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5일 비대위 회의가 열린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회의장 안으로 들어서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앉은 자리에서 몸을 돌려 바라보고 있다. /이덕훈 기자

‘한 비대위원장의 사천 논란 때부터 불출마를 고민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라며 “시민 사회에 있어왔지만 절차의 중요성,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현장 반응을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자신의 출마를 공식석상에서 발표한 뒤 기존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 등에서 ‘낙하산 공천‘이라며 반발한 것에 부담을 느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은 또 자신의 사퇴로 ‘한 위원장이 공천의 주도권을 잡을 여지를 줬다는 해석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의도했느냐, 안 했느냐와 관계없이, 그런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도 이날 김 위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지난 주말에 저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며 “아쉽게 생각하지만, 본인의 확고한 결정이라 존중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다시피 김 위원은 누구 얘기를 듣는 사람이 아니다.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해서 존중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 위원장도 용산의 외압설에 대해선 “잘못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요즘 직접적으로 누가 사퇴를 압박하느냐”며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전해진 기류가 김 위원의 사퇴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의 불출마로 대통령실과 당의 갈등 소지는 줄었지만, 한편으론 당이 총선 전략으로 내세웠던 ‘운동권 청산’ 전선이 희미해졌다는 말도 나왔다. 앞서 한 위원장은 운동권 청산을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이라고 했고, 김 위원은 그 선봉장 격이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김 위원의 불출마에 대해 “출마하셔서 이겨주셨으면 하는 마음 있었다”며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소위 진보와 민주의 대의를 표면상의 기치로 삼아서 자신들의 사익 추구를 일삼는 민주당에 대한 문제 제기를 활발히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최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 보조금과 노무현재단의 건축비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운동권 청산을 외치는 전 운동권 인사들은 주춤해진 운동권 청산론에 다시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생각이다. 전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인 함운경씨와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출신 민경우 전 비대위원 등이 주축이 된 민주화운동동지회는 설 연휴 이후 ‘민주화 운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행사를 열 계획이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경동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를 2배로 늘리는 방안을 언급하며 “우리가 공약을 내기 전과 이후가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을 내고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수도권 민심 잡기’ 행보 차원에서 경기 수원과 구리, 김포를 방문하며 ‘철도 지하화’ ‘김포 서울 편입’ 등 굵직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이다.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