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저마다 선거 구도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여야 대표들의 ‘프레임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신당의 지지율을 띄우고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어떻게든 ‘이준석 대 한동훈’의 총선 프레임을 만들려 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깎자”고 하자 이 대표는 “그럼 법무부 장관 때부터 깎지 그랬냐”고 곧바로 한 위원장을 직격했다.

별다른 반응이 없던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취재진이 이 대표 반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 대표 발언은) 그냥 ‘싫으면 시집가’ 수준 이야기 아닌가”라며 “우리가 말하는 건 정치인 특권 내려놓기”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또다시 “불리한 논쟁을 ‘싫으면 시집가’라는 서초동 사투리로 회피하는 것은 정상적 정견의 소통이 아니다”라고 했다.

작년 말 이 대표가 탈당을 저울질할 때부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2030 지지층을 한 위원장이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신당을 흥행시켜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한 위원장과 대결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의 제3지대 신당 지지율이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인물 구도로 존재감을 최대한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반면 한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별반 관심이 없다. 지난 12월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한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이 대표를 먼저 언급한 적이 거의 없다. 대신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여권에 불리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어떻게든 ‘한동훈 대 이재명’의 미래 권력 대결 구도로 돌려놓으려 하고 있다. 연일 ‘586 운동권 청산’ 프레임으로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난 2일 한 위원장은 피습 테러 이후 복귀한 배현진 의원의 지역구 행사에 참석해서도 “테러를 대하는 정치의 자세는 이재명의 방식과 배현진의 방식이 있다. 어떤 방식이 품격 있는 것인가”라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이재명 대표라는 사람 하나만 딱 놓으면 모든 게 해석된다”며 “이 대표 때문에 비례대표 선거제도 못 정하고 있다”고 했다. 2일에는 “민주당은 당대표 하기 참 좋을 것 같다”며 “얼마든지 말을 바꾸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주요 정치적 사안을 계속 이 대표와 연관 짓고 있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은 지지율이 낮은 윤석열 대통령 대신 본인이 이재명 대항마로 전면에 나서 총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한 위원장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대신 이 대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이재명 대 윤석열’의 구도로 이번 총선을 치르려 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마다 50%를 넘나드는 정권 견제론을 최대한 활용해야 총선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의 권력 남용으로 사회 시스템이 무너졌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정권을 맹공격하는 동안 ‘윤석열’을 12번 언급하면서도 ‘한동훈’은 단 한 차례도 거론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굳이 한 위원장의 공격에 일일이 대응해 가며 한 위원장을 띄워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여기에는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일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매번 집단 공격에 나섰다가 오히려 한 위원장만 유명세를 얻었던 학습 효과도 있다. 민주당은 명품 백 논란을 키워 ‘김건희 심판’ 총선 프레임도 만들려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윤·한 갈등’이 터져 나왔던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 한동훈’의 총선 구도가 부각되며 여권 내부에서 “이러다 총선에서 다 같이 죽는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빠른 봉합의 기폭제가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의 흐름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오려는 여야의 총선 구도 전쟁은 투표 전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