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당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부터 국회의 국무총리 해임 건의에 이르기까지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국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25일 정지 표지판 너머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 동의안 가결 이후 내부 혼돈에 빠져든 민주당이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를 잇따라 취소하면서 민생 법안 처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98개 안건이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 체포 동의안 가결 이후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이유로 중간에 본회의를 종료하면서 나머지 법안 90개 처리가 무기한 연기됐다.

당시 처리되지 못한 민생 법안에는 미등록 영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신부가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 뒤 아이를 지자체에 인도할 수 있도록 한 보호 출산 특별법, 외국과 같이 중대 범죄 피의자들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도록 하는 ‘머그샷 공개법’, 실손보험 가입 환자가 보험비 청구를 위해 서류를 떼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도록 병원이 환자 진료 내역을 전산으로 보험사에 보내게 하는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법, 음주 운전 상습 차량에 대해 시동 잠금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등이 있다.

민주당은 또 박광온 원내대표가 21일 밤 사퇴하면서 25일 본회의도 열지 않았다. 이날 여야는 24일 퇴임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현실화됐다.

다음 본회의는 10월 국정감사가 끝난 뒤인 11월 9일이다. 여야가 그전에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할 수는 있지만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부적합하다며 임명 동의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어, 이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대법원장 공석 상태는 수 개월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법원장 공석 첫날인 이날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은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긴급 대법관 회의를 열었다.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는 1993년 김덕주 당시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2주간 공석 사태가 발생한 이후 30년 만이다.

여야가 추석 전 결론을 내기로 했던 우주항공청설치법 논의도 미뤄졌다.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는 25일 예정됐던 마지막 회의를 민주당 요청으로 다음 달 5일로 연기했다. 여야가 우주항공청을 어디에 둘지, 소속 기관은 어떻게 할지 등을 합의해도 과방위 전체 회의와 국회 법사위, 본회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우주항공청의 연내 개청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