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여야는 23일 감사원 감사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2236명이 확인되고, 영아 살해·유기 사례까지 밝혀지자 “끔찍한 일”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관련 법안 처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사건건 싸우는 여야가 미등록 영·유아 문제 해결에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수천 명의 아이가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놓인 데 대해 “섬뜩함을 느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며 “당장 대책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의료 기관이 출생 정보를 직접 등록하는 출생통보제와 임신부가 의료 기관 밖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의 위험을 막기 위해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보호출산제 등의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일부 주(州)나 영국·독일·캐나다는 의료 기관의 출생 통보를 의무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정부의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을 언급하며 “근본적으로 아이를 낳으면 국가 지원을 받아 잘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끔찍한 일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회적인 충격이 커 하루빨리 합의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라 보고 있다”며 “정부안이더라도 합리적이라면 찬성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오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 회의를 열고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법안과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국회엔 출생통보제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들이 올라와 있다. 정부가 작년 3월 국회에 낸 법안이 있고, 민주당 의원들도 정부안과 비슷한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들을 발의한 상태다. 보호출산제의 경우 2020년 12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외에 정부·여당은 영·유아 보호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 대책 회의에서 “국가가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고아 수출국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며 “당은 전담 TF를 긴급 구성해서 정부와 근본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박 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TF를 만들고, 당정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국립 아동 보호 시설’ 신설 등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 의장은 통화에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버리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부모 역할을 해서 키우겠다는 것”이라며 “국가가 국립 시설에서 아이를 키우는 기간, 관련 예산 등을 논의한 뒤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 관계자는 “법 개정 전에 우선 현행 제도를 이용해 미등록 아동을 찾아내야 한다”며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더라도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확장 해석을 했다면 (개인정보 활용이) 용인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미등록 영·유아 사태’는 감사원이 복지부에 대한 감사를 하면서 밝혀냈다. 감사원은 신생아 예방접종 때 부여되는 ‘임시 신생아 번호’와 출생신고 자료 등의 공공 데이터를 조합해 미등록 아동들을 찾아냈다. 보건복지부도 전날 “관련 법 개정 전에라도 적극 행정을 통해 출생 미신고 아동을 찾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