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꽃’의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매주 독보적이다. 최근 순으로 보면 6월 2주 차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9.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얼미터가 조사한 민주당 지지율은 44.2%,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서는 26.0%였다. 6월 1주 차 여론조사꽃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50%를 넘어선 52.2%를 기록했다. 당시 리얼미터(43.7%)와 한국갤럽(32.0%) 조사 결과를 훨씬 넘어선 수준이었다. 지난 5월 여론조사꽃 조사 또한 민주당 지지율은 50%대를 넘나들었다. 가장 높게 나타난 시기는 5월 3주 차로 54.4%까지 기록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여론조사꽃의 지난 5월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타 업체 조사와 비슷한 수준인 30%대로 집계됐었다.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여론조사꽃의 조사 결과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당내에서도 우려가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들어 당 지도부의 공식 논의 테이블에까지 여론조사꽃의 조사 결과를 올리고 있는데, 당내에선 “우리한테 우호적인 여론조사만을 보고 ‘정치적 자성’ 없이 내년 총선까지 내달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 다가올수록 여론조사꽃에 의지할 것”
여론조사꽃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조위)에 등록된 건 지난해 10월로 채 1년이 안 됐다. 하지만 타 여론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민주당 지지율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에선 이미 그 이름이 익히 알려졌다. 특히 설립자가 친민주당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란 점에서도 상당한 이목을 끄는 상황이다. 김씨는 지난해 4월 대선 직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선 기간에) 여론조사로 가스라이팅을 했다. 그것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언론사, 정당, 기업의 의뢰를 일절 안 받고 철저하게 독립적인 여론조사 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여론조사꽃은 김씨가 대표로 있는 딴지그룹 건물(서울 서대문구 소재)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조사 비용은 오직 여론조사 리포트 구독료로 충원한다는 입장이다. 이 업체의 여론조사 기획에는 친문 성향의 박시영 전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론조사꽃의 특징이 있다면, 정례조사 시 국내 여론조사 업체 중 유일하게 자동응답 조사(ARS)와 전화면접 조사(CATI)를 개별적으로 실시해 그 결과를 함께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ARS는 정치 고관여층 중심의 응답이 많고 익명성이 보장돼 이른바 ‘샤이 표심’을 파악하기 수월하며, CATI는 정치 저관여층 응답까지 폭넓게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다수 여론조사업체는 비용·인력 문제 등으로 두 가지 방법을 혼용하거나 이 중 한 가지 방법만을 취해 조사를 실시한다.
앞서 월등히 높게 나온 민주당 지지율은 모두 여론조사꽃의 ARS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들이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표를 보면, 진보 성향 응답자들에게 더 많은 가중치가 부여되거나 응답률이 3% 미만으로 나타나는 등의 특이점이 보이긴 하지만 이것이 최종 지지율 결과에 영향을 미쳤거나 조사의 오류 요인으로 지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론조사꽃 또한 여조위 심의를 받을 뿐 아니라 정당 지지율의 경우 여조위의 주요 검증 대상이다. 여론조사꽃은 아직까지 별다른 제재를 받은 바 없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조위에서도 지지율 값이 튄다는 건 인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가 잘못됐다고 특정해서 말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당 지지율 조사 시 함께 묻는 질문들 자체가 편향적이라는 데엔 동의하는 의견이 많다. 여타 여론조사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여론조사꽃 조사에는 현 정부의 외교나 정책, 행정 등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등 야권에 불리한 이슈는 아예 다루지 않고 있다. 또 가치 편향적인 내용이나 단어 활용으로 특정 답을 유도하는 질문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일례의 질문들이다.
‘북한 인공위성 발사 후, 서울시는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20분 후 행정안전부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하는 등 큰 혼선이 있었다.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나’(6월 1주 차), ‘검찰은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의 3번 연속 검찰 출석을 요구했다. 이는 차기 대권 주자를 제거하려는 표적 수사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2월 1주 차), ‘한동훈 장관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더탐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와 10억 손배소를 제기했다. 검찰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한 장관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2022년 12월 3주 차)….
‘이재명 사퇴론’ 반박 근거로 활용
이런 여론조사꽃의 조사결과는 민주당 지도부의 공식 논의 테이블에도 이미 여러 차례 오른 바 있다. 지난 3월 정청래 의원이 최고위원회의, 라디오 방송 등에서 여론조사꽃의 결과를 인용하며 이 대표 사퇴설을 반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2월 의원총회 당시에는 여론조사꽃의 조사결과가 의원들에게 자료로 배포되기도 했다.
김씨의 경우 지난해부터 여론조사꽃의 결과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수 인용하며 일련의 정치 현안을 야권에 우호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4월 14일 총선 1년을 앞두고 진행한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여론조사꽃의 조사를 “정교한 설계”라고 칭하며 “총선 3개월쯤 되면 여론조사꽃 결과를 목놓아 기다릴 겁니다. 의지하게 될 거예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강성 지지층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재명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여론조사꽃 조사가 유독 많이 공유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여론 조사 참여 인증을 할 정도로 해당 조사에 상당한 지지를 보내는 상황이다.
당내에선 이런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연이은 체포동의안 부결 등으로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지속되고 있는데, 야권에 우호적인 여론조사에만 의지하다 보면 정치적 자성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이유 등에서다. 더군다나 여론조사꽃을 주도하는 김씨는 매 선거마다 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 내에선 총선에서 압승할 거란 내용의 내부 조사결과가 선거 2개월가량을 앞두고 공유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양당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위성정당 설립을 고민하고 있었고, 민주당은 해당 조사를 근거로 “위성정당 설립은 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씨가 2월 말 돌연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민주당이 필패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피력하며 당 안팎으로 더불어시민당 창당 바람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당 일부 인사들의 이야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그때도 그렇게 해서 민주당이 정치적 우를 범했다”며 “근데 지도부가 벌써부터 김씨의 여론조사꽃에 의지하기 시작하면 내년 총선에서 이것이 어떤 식으로 더 당을 좌지우지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 즉 여론조사를 의뢰·수행하는 기관의 성향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편향성을 가진다는 경향을 고려하면, 여론조사꽃의 조사는 앞으로 여타 업체들과 더 큰 간극을 보일 여지가 크다는 지적도 한다. 자칫 민주당 진영의 독선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여조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