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6.12/뉴스1

대통령실은 12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를 향해 “가교(架橋)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특정 국가의 대사를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싱 대사의 ‘내정 간섭’ 논란을 심각하게 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사라는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비엔나 협약 41조에서 외교관은 주재국의 법령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같은 조항에서 외교관은 주재국 내정에 개입해선 안 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싱 대사가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등 사실상 위협 발언을 한 것이 ‘내정 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여당도 맹공을 계속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싱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장에 “주한 중국 대사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진 외교장관은 “모든 결과는 대사 본인의 책임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을 향해 순응을 강요하는 식의 자세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했고, 윤재옥 원내대표는 “싱 대사와 중국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이번 사태 책임이 중국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는 식의 발언이 이어졌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한 우상호 의원은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여러 번 거론했다”며 “중국에선 대한민국의 독도 문제처럼 예민한 문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일방적 현상 변경 절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 문제의 발단이란 것이다.

김의겸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굉장히 건드리지 말아야 할 문제를 거론한 데서부터 비롯됐다”며 “왜 그렇게 경솔한 발언을 먼저 했느냐고 대통령을 질책하고 싶다”고도 했다.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CBS 라디오에서 “지금 한중 관계 악화 원인은 윤석열 정권에 있다”며 “왜 그러냐면 중국은 변하지 않았고, 그대로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