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경기안산단원을에 출마해 당선된 김남국 의원. photo 연합

‘안산을 확 바꿀 깨끗한 인물!’

김남국 의원이 지난 21대 총선 당선 직후 지역구(경기 안산 단원구을)에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다. 안산 단원구을은 세월호 참사를 겪은 단원고와 안산 경제 발전을 주도했던 반월국가산업단지가 있는 곳. 그런데 총선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태에서 ‘안산을 확 바꿀 깨끗한 인물’이 60억원 코인 보유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는 지역구민들의 시선은 어떤 것일까.

“양의 탈을 쓴 이중인격자”

안산시민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0대)씨는 지난 5월 9일 이번 논란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상화폐는 주식하고 달리 도박성이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게는 안 봐요. 실망이야”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모(72)씨는 “우리 지역 유권자들은 양의 탈을 썼다고 해요. 이중인격자잖아. 60억원이라는 게 상상이나 되는 금액이에요? 서민들이 봤을 때는 칠십 평생 모은다고 해도 거기(60억원)에 근접하겠어요”라고 말했다. 한씨는 “나이 많은 사람들보다도 젊은 사람들이 더 실망했을 것 같아. 우리 기자님도 아직 젊으신 양반인데 허탈하지 않아?”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을 옹호하는 상인도 있었다. 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60대 H씨는 지난 총선 때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여서 김 의원을 지지했다며 “(김 의원이) 집을 여기(안산)에 구입하려고… 주식을 팔아서 부모님을 모시려고 그런 것 같은데. 지역 주민들은 다 그렇게 알고 있어. 효자라고 소문났던데”라며 “우리 아들도 (김 의원과) 비슷한 또래인데 지금 전세방에 살면서 1억 넘게 주식을 투자하고 있어”라며 김 의원을 옹호했다.

그에게 “국회의원은 일반인과 달리 사익추구를 하면 안 되며 책임과 품위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윤리강령이 있다”고 하자 “김 의원이 조금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배운 사람이 그 정도 생각은 했어야지”라면서도 “재테크를 한다는 건 그 사람 사정이지 뭐. 자기가 투자해서 손해를 봐도 자기 책임, 이득을 봐도 자기 책임”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한 상인(60대)도 “정치싸움은 음해를 많이 한다”며 “잘못 없는 사람 없다.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솔직히 얘기해야 한다”고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의원이 방금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과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자 “사과를 했으면 나중에 (경위가) 밝혀지고 난 다음에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취재 도중 김 의원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에서 가시 돋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이 술을 마시면 나를 누님이라고 부른다’며 친분을 과시한 한 상인(초지동·60대)은 “그래도 나라 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아직 우리 지역 일꾼인데 함부로 매도하면 안 돼. 아직까지는 밝혀진 게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옆의 또 다른 상인은 “김 의원이 구멍 난 운동화를 실제 신고 다니는 것을 목격했다”고 거들었다. 이런 얘기를 듣던 상인 최모(70)씨는 “그게 더 얄밉다. 우리같이 돈 없는 사람도 외식하고 멀쩡하게 입고 다니는데. 돈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고 다녔다고 하니까 진짜 말이 안 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상인이 나서서 “그만하라”며 말리고 한쪽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말싸움이 끝났다.

“검은 돈만 아니면 할 수도 있지”

코인 논란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난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상인도 있었다. 시장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민주당 당원 유모(69)씨는 “초선이고 젊은 사람이지만 여기 지역에서 잘하고 있는 편”이라며 “종잣돈이 검은 돈만 아니면 (코인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조사하면 나오겠지만 젊은 사람이 그렇게 돈을 벌 수가 없잖아. 그래서 지금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남국이 더 타깃이 되는 이유는 이재명 라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소 의외인 것은 코인 투자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깊은 젊은 층에서 오히려 이번 김 의원의 코인 논란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이 더 많다는 점이었다. 반월시화공단의 대덕전자공장 앞에서 만난 서상원(25·엔지니어)씨는 “요즘 주가 조작도 말이 많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만한 투자를 했다고 밝혀진다면 지역구 의원으로서 역할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을 한다”며 “타인에게 피해가 간다면 저는 용납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의 주소지로 등록되어 있는 단원구 고잔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여성 백모(31·프리랜서)씨도 지난 총선에서 ‘깨끗하고 젊고 검소한 이미지의 후보자’인 김 의원에게 지지표를 던졌다면서 “본인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반하는 것 아닌가. 투자과정이 투명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원래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후 지지를 고민할 정도로 실망을 많이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게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 하지만 코인이 아직은 양지성이 아니고 음지성 투자다 보니까 거기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것에 대해 실망감도 들고 인출한 시점 등 숨기려고 했던 것들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김남국 의원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소지가 이 아파트라고 들었지만 실거주하는지 모르겠다. 딱히 여기 사는 것 같지는 않다”는 반응도 보였다.

안산 단원구을은 선거 때마다 여야가 번갈아 당선돼 어느 정당이 우세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곳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김남국 의원은 박순자 후보(미래통합당)와의 대결에서 근소한 차(4.45%포인트)로 승리했다. 박 전 의원은 40년 동안 안산에 살아온 ‘안산토박이’로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3선에 성공했고 신안산선 착공을 추진하는 등 ‘안산 일꾼’을 자처해 왔지만 정치 신인인 김 의원에게 일격을 당했다. 이번에 취재에 응한 일부 시민들은 박 전 의원과 김 의원의 행보를 비교하며 김 의원이 ‘지역 일에 관심이 없다’는 목소리도 냈다. 최모씨는 “언론이 김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에 더 엄격한 것 같다”면서도 “김 의원이 여기 와서 한 게 없다. 다음 공천을 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역구보다는 중앙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데 그런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안산시민시장에서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코인논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선거할 때만 왔고 얼굴 잘 안 비친다. 당선 이후 인사도 없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석권한 안산 국회의원 4명 중 유일한 이재명계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선기간 이재명 캠프 온라인소통단장을 맡아 NFT 토큰 기술을 활용한 대선펀드 출시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가 NFT 기반 가상화폐 시세 상승 요인이 됐고 당시 김 의원이 보유했던 가상화폐도 수혜를 받았다는 차원에서 이해충돌 의혹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또 2021년 8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도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켰다.

김 의원은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구설의 중심에 서며 주목을 받았었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이뤄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한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 의혹과 관련해 ‘이(李)모 교수’라고 쓴 것을 ‘이모’라고 잘못 이해하고 질의한 ‘이모 발언’으로 망신을 샀다.

민주당은 지난 5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에게 현재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매각할 것을 권유하는 한편, 진상조사단을 꾸려 이번 논란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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