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월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민주당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분간 정치인을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인사들이 ‘문 전 대통령이 한 말’이라며 전한 말들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던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3일 본지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당분간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최근 가까운 인사들과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사저에서 자주 정치권 인사들을 만났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사진을 올리고 책 추천글도 올렸다.

활발한 소통을 이어오던 문 전 대통령이 당분간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지 않기로 결정한 데에는, 최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박용진 전 의원 등이 문 전 대통령의 말을 전한 뒤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주일 전(10일) 문 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면서 “문 전 대통령이 ‘지금 현재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잘 해야 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지금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 그 정도 얘기하셨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대표직 사퇴’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서 이틀 전(17일) 문 전 대통령을 방문했다고 알리면서 “대통령께서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또 화합하면 내년 총선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격려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이 전한 문 전 대통령의 언급 ‘결단’이 이 대표의 사퇴를 포함한 거취 문제를 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 전 원장과 박 의원 모두 문 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서로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말을 전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말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읽히거나 그 의미가 확대 해석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당내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계속되는 만큼 일단 논란이 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