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photo 뉴시스

문재인 정부 당시 종북 성향 단체에서 활동했던 NL계열의 인사들이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속했던 단체는 외견상으론 일반 시민사회단체로 비치지만, 활동 내용으로 보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북한 정책을 연구·추종하는 행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이들 상급 단체 중에는 이적단체로 지정된 곳도 적지 않다.

이들의 과거 행적을 두고선 민주당 내에서조차 공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이들이 지녔던 신념이나 가치가 당과 상반되거니와 이것이 각 의원실 의정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사상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문제는 그 신념이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니 이들 목소리가 민주당의 가치인지 자기네들의 가치인지 알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연구발표대회’ 주도한 의원 비서관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의원 보좌진은 대부분 운동권 출신으로, 특히 친북 성향인 NL(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 계열의 주사파(주체사상을 이념으로 삼은 운동세력) 활동에 앞장서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사파와 이들의 종북 활동은 2013년 내란 음모·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이석기 전 의원의 구속기소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한동안 잊혔지만, 여전히 정치권에 발을 들이며 명맥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주간조선 취재에 따르면, 2010년대 말까지 종북 성향 단체 임원직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오다 민주당 의원실로 들어가 근무 중인 인사는 일단 두 명으로 확인됐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의 선임비서관 A씨와 한 중진 의원의 보좌관 B씨다.

A씨의 경우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00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14기 의장을 역임했다. 한총련은 1990년대 이적단체로 규정된 바 있다. A씨는 한총련 활동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A씨는 민주당에 몸담기 전에는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민중당 당원으로 활동했었다.

눈여겨볼 점은 그의 ‘국민주권연대’ 활동이다. 국민주권연대는 2017년 8월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등 6개 단체가 연합해 만든 조직체다. 민권연대의 경우 2010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고 해산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를 계승한 단체다. 국민주권연대 공동대표인 윤기진씨 또한 이적단체에 가입해 구성원을 밀입북시키고 북한을 찬양하는 유인물 배포 혐의로 2008년 징역 3년의 실형을 받기도 했다. A씨는 이 국민주권연대에서 사무총장직을 맡는 것은 물론 2019~2020년 당시 국민주권연대의 서울 조직인 서울주권연대 공동대표직을 맡기도 했다.

A씨가 몸담았던 국민주권연대는 국내에서 북한 추종 활동으로 의심되는 활동을 해왔다. 매년 개최하는 이른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구발표대회’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발표대회에선 구성원들이 팀을 나눠 북한 정책을 주제별로 분석하곤, 이를 가장 뛰어나게 설명한 한 팀에게 상을 수여한다. 지난해 연구발표대회 출품작으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눈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어머니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복받은 대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유훈정치’ 등이 있었다. 당시 한 심사위원은 “심사하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18년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기 위한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을 주도한 것은 물론 매주 ‘용광로’라는 이름의 기관지를 발행해 북한의 관점에서 국내외 현안을 분석하고 있다. 최근 기관지에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필요성’ ‘대북제재 무너뜨릴 판도라의 상자 해외동포권익옹호법’ ‘조선인민군 칭송’ 등의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A씨가 이 모든 활동을 중단한 건 2020년 4월 총선 당시 선거를 도왔던 민주당 의원이 당선된 직후다. 그는 해당 의원의 선임비서관으로 발탁됐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A씨는 돌연 선임비서관직을 그만두고 남양주시 경기도의원 민주당 예비후보로 경선에 나섰다가 낙마했다. 그러곤 다시 기존 선임비서관직으로 재채용됐다.

‘세계 놀래킨 김정은 신드롬’ 작성한 보좌관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는 B씨의 경우 2015년부터 인터넷신문 ‘nk투데이’ 기자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nk투데이는 ‘북한전문통신’으로 2016년 일부 기사 내용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곳이다. nk투데이는 북한의 정치·사회·문화·경제 등 다양한 이슈를 보도하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대부분 친북 성향을 띠고 있다. 심지어 nk투데이가 올린 한 영상에선 “미국이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 쏜 폭탄이 2차 세계대전 기간 태평양 전역에 쏜 폭탄보다 많다”며 “이에 북한은 자기 방어가 필요했다”며 핵개발을 정당화했다.

B씨의 글은 2015~2018년 nk투데이 기자 명의로 인터넷신문 ‘자주시보’에도 매주 올랐는데, 자주시보는 2015년 종북 논란으로 폐간된 ‘자주민보’가 발행인 명의만 바꿔 사실상 재창간한 언론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주시보의 논조는 nk투데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주시보에서 B씨의 글은 기사나 칼럼 형식을 취했다. 대표 글로는 ‘오토 웜비어 사건 기자회견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북한에서 말하는 군인정신이란?’ ‘북한 아파트 내부 모습 전격 공개’ ‘금융정보화시스템이 북한 전역에 확대된다’ 등이 있다.

특히 2018년 5월 11일에 쓴 ’세계를 놀래킨 김정은 신드롬 어디까지 퍼지나?’에선 “남북정상회담, 남북탁구단일팀 결성, 남북관계가 숨가쁘게 달려오면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이 국내에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칭송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아진 현상을 ‘김정은 신드롬’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B씨가 활동했던 nk투데이나 자주시보는 앞서 A씨가 몸담았던 국민주권연대 활동도 시의성 있게 다수 기사화했다. 일부 주요 내용은 유튜브 영상으로 재편집되어 업로드되기도 했다. nk투데이와 자주시보는 2018년 조직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의식화 사업에 활용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대진연은 이들 매체를 애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대진연은 한총련의 후신으로 종북주의를 표방하며 주한미국대사관, 용산 미군기지 등에 난입한 바 있다.

이들 종북성향 보좌진과 관련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미 2010년도부터 들어와 민주당화된 게 벌써 10여년이 됐으니 추정되는 인물은 더 많으나 구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가 공고히 되면서 NL계열의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대거 들어온 데 따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를 지역 거점으로 성장한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을 과거 성남시장 당시 성남시 인수위를 비롯해 주요 요직에 대거 기용했고, 경기도지사 당시엔 한총련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바 있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적으로도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일련의 사안에 대해 A씨는 주간조선과 통화에서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국민주권연대 활동) 관련해서도 특별히 할 이야기 없다”고 말을 아꼈다. B씨는 주간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관련 기사를 쓴다 해서 다 친북인지 모르겠고 나름 객관적으로 쓰고자 노력했다. 보면 외신들을 번역한 것도 다수다. 2018년 남북관계가 좋을 때 썼던 기사들인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난다. 자주시보 글은 직접 기고한 게 아니라 그쪽에서 구독료 없이 가져가 올린 것으로 그런 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활동 기간에 대해선 “당 활동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 당 가입은 그 다음(nk투데이 기자)에 한 것 같다”며 “대학 때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전신) 활동도 하긴 했다”라고 설명했다.

주간조선 취재가 시작되자 자주시보에 올랐던 B씨 글은 3월 15일을 기점으로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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