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박 7적’ 중 한 명으로 묘사한 포스터 제작·유포자 고발을 검토 중이다. ‘수박’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비명(비이재명)계를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인데, 포스터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해 민주당 분열을 꾀했다는 게 이유다. 이 포스터에는 문 전 대통령 외에 이낙연 전 대표와 당내에서 비명계로 지목되는 의원 5명이 7적으로 나열돼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1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7적 포스터에 문 전 대통령도 들어 있어서 이건 결코 우리 당 지지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특별한 ‘단서’를 발견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불순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4일 당원과의 대화에서 “우리 문재인 대통령님 비난하는 포스터를 만든 게 있다고 하더라”며 “저쪽(보수 진영)에서 변복시켜서 파견한 사람들이 한 것 아닐까”라고 했었다.

당 지도부가 고발까지 검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자, 당내에서는 “이 대표 거취 논란에 대응해 ‘단일 대오’를 강조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체포동의안 표결 때 31표 이상 ‘이탈표’가 발생한 뒤 당내에서 불거진 이 대표 사퇴 및 당직 개편 요구로 분열될 수 있는 당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16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총선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패하면 당이 어려워지고 내 정치도 끝난다”는 말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때 이탈표가 발생한 건 당 지도부의 소통 부족 때문이며,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등도 바로잡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해야 하는 모든 일을 할 테니 일단 믿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 청원 게시판에서 각각 7만명 넘는 ‘동의’를 얻은 ‘이낙연 전 대표 제명’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징계’ 요구에도 답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답변에서 “이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소중한 자원’이라 강조했다”면서 “상대는 가만있는데 우리끼리 싸우느라 자멸하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제명·징계 요구에 거부 입장을 밝히며 단합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