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오는 16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열어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추가로 높이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 합의안은 기존 정부안보다 세액 공제 혜택을 더 높이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추진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빠지자 여야가 조속한 법 처리를 약속한 것이다.
양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여야가 16일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킨 후 3월 임시 국회 내 조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3월 본회의는 23일, 30일 열린다.
민주당은 기존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세액 공제 혜택을 높이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을 살려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안은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기본 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것으로, 법이 통과되면 올해 한시적으로 4%인 신규 투자 추가 공제율을 10%로 늘리기 때문에 최대 25~35% 공제가 적용된다.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정부가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대기업 기준)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시켰지만 “지나치게 소극적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했고,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3일 공제 비율을 더 높인 개정안을 발표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야당은 “대통령 한마디에 법을 또 고치라는 말이냐”고 반발해 반도체특별법 합의에 실패해 왔다. 결국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8%로 국회에 제출한 이후 더 일찍 (상향 필요성을) 인식 못 하고 요청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뒤늦게 문제 인식을 갖고 세법 개정안을 냈으니 도와 달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8일 당 경제위기대응센터·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민주연구원 공동 주최로 미국 반도체 지원법 대응 긴급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당내 일부 강경파가 반도체특별법을 두고 ‘재벌 특혜’라고 반발하는 상황을 감안해, 당내외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13일에도 기재위 소속 위원들끼리 간담회를 열어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