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선출안 7명에 대해 국민의힘 추천 위원 2명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본회의가 정회되고 있다. /2023.02.24 이덕훈 기자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서로 협의해 추천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위원 중 국민의힘 추천 인사 1명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 부결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사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야 인사 추천안은 서로 동의해 주던 관행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깨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국회는 진실화해위 위원 7명에 대한 선출안을 여야 합의에 따라 국민의힘 추천 3명, 민주당 추천 4명으로 본회의에 올렸다. 무기명 투표 결과,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 투표로 모두 가결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추천한 3명 중 이제봉 울산대 교수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표결로 부결됐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차기환 변호사 선출안도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간신히 넘긴 51%의 득표율로 가결됐다. 민주당 의원이 다수 반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 교수는 과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을 옹호했던 인물이고, 문재인 정권이 반대한민국 세력이라는 극단적 편향 발언을 일삼았던 문제의 인물”이라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자율 판단에 맡긴 것을 뭐라고 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교수는 매춘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추천하고 여당이 동의해 준 인사 대부분은 정치 성향이 뚜렷한 인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희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차장 출신으로 참여연대에서 활동했고 정의기억연대 이사를 맡았었다. 오동석 아주대 교수 역시 참여연대 출신이고, 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은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한미 군사훈련 폐지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이상훈 변호사도 민변 활동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속인데 뭐 하는 거냐”며 항의하면서 이날 본회의는 그대로 산회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야 합의 인사안을 이렇게 부결시키는 반칙이 어디 있느냐”며 “비매너이며 비신사적인 행태”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 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이기 때문에 본회의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