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습니까.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습니까”라고 했다. 제1 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 동의안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현직 대통령을 깡패에 비유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고, 대통령실은 “특별히 할 말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폭력배가 폭행을 저지르면서 ‘왜 방어를 하느냐, 가만히 맞아라’라고 하는 것, 이것이 깡패의 인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불체포특권은 윤석열 정부, 검찰의 폭력에 맞선 정당한 방어권이라는 주장으로 풀이됐다.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는 말은 국정원 댓글 수사로 좌천됐던 윤 대통령이 2016년 국정 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복귀하며 일각의 ‘보복’ 우려에 대해 공정한 수사를 강조하며 했던 말이다.

이와 관련해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이라며 “당대표직으로 민주당을 사유화해 ‘방탄막이’로 삼고 장난하면 명백한 범죄 혐의자이지 대표이겠나”라고 했다.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깡패, 조폭, 양아치라는 단어와 친숙하게 어울리던 분이 누구였냐”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 표결(27일 예정)을 당론이 아닌 자율 투표로 하기로 결정했다. 당론으로 단속하지 않더라도 부결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이 대표는 “(내 사건과 관련한) 275회 압수수색이라고 하는 것이 아마 전무후무한 대한민국 검찰사의 역사가 될 것”이라며 “이재명과 관계 있는 사람들은 지금 저 때문에 너무 고통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체포 동의안 입장을 재차 밝힐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상임고문단도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은 “야당 탄압”이라며 부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상임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 동의안을 설명할 때 관련 혐의를 자세히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포 동의안은 검사로서 설명하는 게 아니고 행정적인 절차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상임고문단도 이날 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대표 중심 단일 대오를 강조했다. 이해찬 고문은 “(검찰 수사는) 이 대표를 잡는 것도 목적이지만 그걸 계기로 민주당을 흔들어 깨려고 하는 게 더 (큰) 정치적 목적”이라고 했고, 이용득 고문은 “민주당에 반이재명이 어디 있나”라고 했다. 다만 권노갑 고문은 “이번에는 의원총회에서 결정한 바와 같이 (부결 총의를) 따라가자”면서도 “다음 번(체포 동의안)에는 당당하게 당대표로서 솔선수범,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다음 번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일반인처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3월 임시국회 일정을 논의했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3월 1일부터 임시국회를 시작하자고 요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3월 6일 이후에 시작해야 한다고 맞섰다. 개회일은 통상 여야 합의로 정해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3·1절은 법정 공휴일로서 순국 선열 기리는 날인데, 그날부터 국회를 연다는 건 (27일 체포 동의안 표결 부결 후) 빈틈 하나 없이 이재명 방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회기 중에만 적용된다. 국민의힘은 개원을 미루고 그 사이에 이 대표가 법원에 자진 출두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1일 개원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