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9일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문제는 다양한 견해가 있고 연금특위나 민간 자문위 활동에서 쉽게 합의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10월에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내면 국회가 받아서 최종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률), 보험료율(소득 대비 보험료) 조정은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히는데, 사실상 국회가 손을 떼고 정부에 떠넘긴 것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우려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연금 개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기윤 국민의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여당 간사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야당 간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김용하·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연금 개혁 초안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2023.02.08./뉴시스

김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 설득은 정부 역할이고 국회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국민 의견을 들어서 어떤 판단이 가장 합리적인지, 수용 가능성이 높을지를 복잡한 과정에서 최종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7월 구성된 연금개혁특위는 이달 중 개혁안 초안을 내고 여론 수렴을 거쳐 4월까지 최종안을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8일 민간 자문위원들과의 간담회 후 “지금은 국민연금 모수 개혁(소득대체율+보험료율)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회는 장기적인 구조 개혁안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 개혁안은 연금특위 개혁안을 토대로 마련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연금특위가 모수 개혁을 두고 정부에 공을 넘김에 따라 정부가 다시 부담을 지게 됐다.

여야는 ‘더 내고 더 받는 안’(보험료율 9%→15%, 소득대체율 40%→50%)과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안’(보험료율 9%→15%, 소득대체율 유지) 등을 놓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민간 자문위도 지난달 말까지 연금 개혁 초안을 마련해 특위에 보고하기로 했지만, 얼마나 더 받는지 등을 두고 이견이 계속돼 초안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 개혁이 미뤄지는 데는 여야, 전·현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 ‘2057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된다’는 추계 결과를 보고받고도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란 국민연금 재정 곳간 상태가 어떤지 점검하는 법정 절차다. 작년 물가 상승률이 5.1%에 달해 올해 국민연금 급여액이 상승했고, 고령화까지 겹쳐 기금 고갈 시점은 2057년보다 수년 앞당겨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최근 기류는 바뀌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연금 개혁은 내년 총선을 통해 다수당이 된 다음 추진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 뜻”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 추계전문위원회는 작년 8월에 구성됐지만 5개월 만인 지난달 말에야 추계 시산 결과를 내면서 “오는 3월에 확정 발표하겠다”고 했다. 연금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 정부들에서 모형이 나와 있어서 한두 달이면 될 일에 시간을 끌었다”고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민연금연구원은 작년 말 보험료율을 9%에서 15%로, 연금 수급 연령은 65세에서 68세로 높이자고 공개 제안했다. 그런데 막상 똑같은 안이 국회에서 논의되자 복지부는 “정부안이 아니다”라며 발을 뺐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정부가 재정 추계를 작년 말로 앞당기는 등 연금 개혁에 속도를 냈더라면 국회 특위도 논의 속도가 더 빨라졌을 것”이라며 “적어도 오는 4~5월엔 정부안을 확정 발표해서 국회 공론화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