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과 만나 “총선 승리 위해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2023.02.07. /뉴시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김 의원과 오찬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 그리고 내년 총선 승리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이고, 할 일이 많은 시기”라며 “성공적인 국정 운영과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분열 양상이 드러난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나 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당을 지켜온 사람으로서 당이 깨지는 걸 지켜볼 수 없다”며 “사사로운 감정은 내려놓고 대의만 보자는 것이 저의 뜻”이라고 했다. 이는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당 내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친윤계와의 갈등 끝에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앞으로 전당대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했었다. 그랬던 나 전 의원이 열흘 만에 당권 주자인 김 후보와 만나서 “필요한 역할”을 언급한 것이다. 당 내부에서는 “명확한 지지 선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나 전 의원이 다른 경쟁자들을 제쳐두고 김기현 후보와 만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 정도면 김 후보와 함께한다는 정치적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손잡은 나경원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기현(오른쪽) 후보와 나경원(왼쪽) 전 의원이 7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이 자리에 함께한 김 후보는 나 전 의원이 자신을 지지한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앞으로 여러 가지 많은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우리 당에 대한 애정, 윤석열 정부 성공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공조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지난 3일에는 서울 용산구 자택, 지난 5일에는 가족여행지인 강원도 강릉으로 찾아가 나 전 의원과 만났다. 이날 오찬 회동은 세 번째 만남으로, 전당대회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찬에서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 국민의힘 총선 승리에 대해선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과거 친윤계 의원들이 나 전 의원을 공격한 것과 관련한 ‘명예 회복’ 문제에선 이견(異見)이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대목도 있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오찬 이후 김 후보와 취재진 앞에 섰지만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나 전 의원 불출마 과정에서 대립한 장제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나 의원 측에선 “대통령실과의 갈등은 봉합해야 한다는 주변의 요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명분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었던 만큼, 친윤 성향인 김기현 후보에게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느냐는 당 안팎 인사들의 설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 전 의원 측과 대통령실 사이에 윤심(尹心)을 확인하는 간접적 소통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비윤계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을 압박한 것 아니냐” “나 전 의원도 전대 불개입이라는 기존 입장이 왜 바뀌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