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대장동 사건’ 관련 검찰의 추가 소환 조사 요구에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 간담회를 열어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수사가 대선 패배에 따른 정치 보복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주말인 4일 이 대표 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로 장외 투쟁에 나선다.
이 대표는 이날 “대선 패배로 사회 각 분야가 퇴보하고 국민이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며 “국민이 겪는 고통이나 사회 퇴보로 받는 엄청난 피해에 비하면 제가 승자의 발길질을 당하고 밟힌다 한들 우리 국민 고통에 비교하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소환에 응하겠다면서도 검찰 수사가 “결론에 짜 맞추기 위해 사건 내용을 왜곡하고 수사가 아닌 모욕을 주고 국민적 의구심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 행위를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추가 조사일로 31일과 다음 달 1일을 제시했는데, 이 대표는 “주중에 일할 수 있게 주말을 활용하면 좋겠다”며 지난 28일 조사 때처럼 주말에 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 소환 때마다 국회의원 수십 명이 몰려가면서 방탄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이 대표는 “오지 마시라”며 “이게 갈등과 분열 소재가 될 수 있다. 상대가 그걸 기대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절대 오지 마시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되는 상황에 대해 “제가 왜 체포 대상이 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당연히 부결시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한 친명 의원은 “검찰이 ‘한 방’은커녕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없이 망신 주기 소환을 일삼고 있다”며 “구속영장 청구도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 정부를 향해선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공포정치를 통해 국민을 억압하고 야당을 말살하면서 장기 집권을 꿈꾸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워도 만나야 한다. 오른손으로 싸우면서도 왼손은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겠다는 의향도 비쳤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를 열어 토요일인 4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인근 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다 간다. 민주당 전체가 간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이 대표는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연설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가 일을 해야 한다며 임시국회 일정에 합의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확정하자,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이중 전략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 국회’만 열어 놓고 국회 일은 내팽개쳤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제1당이 장외로 나가는 것은 스스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그냥 ‘이재명 대표 방탄 읍소’를 위한 장외 투쟁을 시작한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깔끔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는 특검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장관 탄핵에 대해 “금주 내로 대통령이 대답을 내놓지 않으면 (탄핵 소추 추진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증거가 차고 넘치는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선 국민 요구가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한 수사가 “적법하다” “정치 보복이 아니다”라는 응답이 과반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조사 방식이 잘못됐고 질문이 의도적이어서 믿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