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여권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의 ‘대출 탕감’ 저출산 정책을 연일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친윤(親尹) 의원들은 9일 나 부위원장을 향해 “유승민·이준석의 길을 가나”라는 말까지 하며 불출마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가 친윤 성향 표심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 부위원장은 자신의 출마를 촉구하는 청년 당원들의 국회 기자회견을 직접 알선했다.

나 부위원장 측은 이날 본지에 “(출마와 관련해) 주변에 조언을 구하며 고심하고 있다”며 “설 연휴 전후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나 부위원장도 출마 관련 질문에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 “당대표가 되면 저출산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도 있다”고 답하고 있다.

특히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를 촉구하는 청년 당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나 부위원장이 이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이 청년 당원들은 “당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를 인위적으로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과연 공정한 전대인가”라고 했다. 국회 기자회견은 현역 의원이 신청해야 가능하다. 이 회견을 신청한 의원은 “나 부위원장에게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압박 강도를 높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도 언론에 “고위 공직을 당대표 선거를 위한 도구로 활용한 것은 문제”라며 “(대출 탕감 정책은) 정부 정책과 정반대”라고 했다. 이에 대해 나 부위원장 측은 “실무자들과 (대출 탕감 정책을) 검토한 것일 뿐”이라며 “확정됐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때 나 부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친윤계 김정재 의원은 이날 SBS 방송에서 정책 엇박자를 거론하며 “정부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은 예전 유승민의 길 아니냐. 이준석 대표 사례도 봤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박수영 의원도 “나 부위원장은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며 “더 이상 이미지 정치는 안 된다”고 했다. 당초 나 부위원장은 10일 제주 지역 당원협의회를 방문키로 했지만 이를 취소했다. 당협 측에서 이날 갑자기 방문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의 본격적인 실력 행사란 말이 나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결국 선거는 지지율”이라며 “대통령실과 친윤들의 반대에도 나 부위원장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로 지지율이 급락하면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