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가 22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예산안 법정 시한(2일)을 넘긴 지 21일 만에 타결한 것이다. 여야는 23일 오후 6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소수 여당이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철학이 반영될 수 있는 예산을 많이 반영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여야 입장 차가 세법 문제를 비롯해 시행령 예산 관련으로 있었지만 더 이상 국민에게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 등으로 타협을 봤다”고 했다.
이번 예산안 핵심은 정부·여당이 주장해온 법인세 인하와 야당이 요구해온 지역화폐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을 절충해 반영했다는 점이다.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 인하는 현행 과세표준 4개 구간별로 각 1%포인트(p)씩 세율을 인하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안은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는 안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재벌 특혜”라며 강하게 반대하면서 여야는 구간별 1%포인트 인하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간별 1% 인하는 중견기업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다른 쟁점이었던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 경비 예산은 정부가 편성한 약 5억1000만원에서 50%를 감액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두 기관이 적법하지 않다며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해왔다. 여야는 두 기관에 대한 민주당 반대를 감안해 정부조직법 개정 시 대안을 마련해 반영하기로 했다.
야당이 요구한 ‘이재명표 예산’도 상당히 반영됐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3525억원을 편성하고,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 융자 사업 등 확대를 위해 6600억원을 증액하기로 했다. 또 민주당이 ‘서민 예산’이라고 주장해온 공공형 노인 일자리와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을 위한 957억원의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다.
여야는 또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 등 예산부수법안도 일괄 합의했다. 내년 도입이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는 시행을 2년 유예하되, 그때까지 주식양도세는 현행대로 과세하기로 했다. 대주주 기준 및 보유 금액은 현행 10억원을 유지했다. 종합부동산세는 공제금액을 9억원(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으로 하고, 세율은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2주택자까지는 기본 세율을 적용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과세 표준 12억원 초과부터 누진 제도를 유지하되, 세율은 2∼5%로 하기로 했다. 한편 여야는 일몰(日沒) 규정에 따라 올해 효력이 끝나는 법률(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근로기준법, 한전법, 가스공사법 등)을 28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