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2.10.17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임기 말 알박기’ 인사로 꼽히는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이 과도한 감사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논란이 15일 제기됐다. 마사회 감사실이 이른바 ‘일상감사’ 제도를 활용해서 직원들이 기안 중인 공문까지 사전에 무차별적으로 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부패 방지를 위해 필요한 일”이란 의견과 “감사를 빙자한 직원 감시”란 반론이 엇갈린다. 마사회 내부에선 ‘알박기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정 회장이 감사권을 통해 조직 장악에 나선 것이란 평가도 많다. 지난 2월 임명된 정 회장은 마사회장 지원서류에 주요 경력으로 ‘마사회 적폐청산위원장’ 경력을 내세우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썼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마사회 감사실은 정 회장이 부임한 올해 한 해에만 도합 2만 2042건의 내부직원들의 공문열람(12월 7일 현재)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실 직원 1명당 다른 직원들의 공문 1049건을 들여다봤다는 얘기다.

마사회 감사실이 다른 직원들의 공문을 열람한 건수는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인 2018년 6213건, 2019년 6039건, 2020년 2만2210건, 2021년 1만5280건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지난 2월 임명된 정 회장이 부임 첫 해 만에 감사목적의 ‘내부공문 최다열람’ 기록을 세울 것이란 얘기도 내부에서 나온다.

내부공문 조회는 정 회장이 마사회 상임감사로 재직하던 2020년부터 급증했다. 마사회장 부임 첫 해 정 회장은 마사회 감사실 직원을 최근 10년간 최대규모로 확대개편 하기도 했다.

/뉴시스


마사회 측에선 ‘일상감사’차원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사회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시스템상 결재완료 이전의 문서도 감사실에서 접근이 가능하고, 리스크 사전예방 측면에서 감사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전 예방감사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문서 등 열람 건수는 점진적으로 증가되는 추세”라고도 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알박기 정 회장이 감사권으로 조직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감사실에서 작성 중인 미결재 공문까지 들여다본다”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오는 상황이다. 마사회의 한 직원은 “말이 좋아서 사전감사이지 사실상 사찰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뉴스1

정 회장은 정권이 바뀌기 한달 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마사회장 지원 당시 정 회장은 주요 경력으로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중앙선대위 농민위원회 공동위원’ ‘민주통합당 18대 대선 중앙선대위 농축산위원회 대외협력특별위원장’ ‘마사회 적폐청산위원장’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적폐청산위원장으로서 국정농단 연루의혹, 대규모 투자사업 실패와 인사문제 등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 “(마사회의)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지원서에 썼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알박기 마사회장이 버티기를 넘어 ‘적폐청산 역주행’을 시도하고 있다”며 “염치가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