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들 퇴장한채 野 표결 강행 - 더불어민주당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강행 처리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해임건의안에 반대하며 집단 퇴장했고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강행 처리한 직후부터 ‘이상민 탄핵’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해임안 처리 직후 “일단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입장을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멈추면 안 된다. (대통령이 해임안) 거부 시 즉각 탄핵하자”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해임안을 수용하지 않을 방침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목적은 애초부터 진상 규명이 아니라 사건의 정치화”라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해임안 처리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해임안 처리 직후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파면을 요구했고, 김진표 국회의장도 자진 사퇴를 대통령에게 권유한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이 전면 거부해 부득이 해임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해임안 처리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국민의힘 지적엔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해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는 일각의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억지 생트집”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9월에도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을 강행 처리했고 윤 대통령은 박 장관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엔 사안이 더 엄중하다는 걸 감안했을 때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 장관 때는 여론이 반반 정도였지만 이 장관 파면 찬성에 대한 여론은 압도적”이라며 “거부할 경우 윤 대통령이 입을 정치적 타격이 저번과 비교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벌써부터 탄핵 추진을 주장했다. 김두관 의원은 “대통령이 해임안을 거부한다면 신속하게 탄핵 발의를 해서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다시 칼을 뺐다 칼집에 집어넣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국회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강행하면 해임안처럼 탄핵안도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도 “탄핵 즉각 추진은 무리”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국정조사 특위에 속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곧장 탄핵으로 가면 우리 당이 너무 독주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이 해임안을 거부해도 국정조사를 진행하면서 이 장관의 무책임과 무능을 따지는 게 순서”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해임에 탄핵까지 밀어붙이면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 같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을 처리해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왔다. 법조인 출신의 한 의원은 “탄핵까지 했다가 헌재에서 기각되면 당 전체에 미칠 역풍을 지금 지도부가 책임질 수 있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해임안 처리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발생 초기부터 ‘희생자와 유족을 위해 명확한 진상 규명이 최우선임을 강조해왔고, 이를 위해 112 신고 내용을 가감 없이 소상히 밝힐 것’을 주문해왔다”며 “대통령실은 그런 차원에서 야당의 해임안 처리를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사태 원인과 책임 규명보다는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 공격 소재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참사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자며 국회 국정조사에 합의해놓고 제대로 된 조사도 하기 전에 주무 장관 해임안을 처리했다”며 “예산안 처리도 내팽개친 채 해임안부터 휴일에 무리하게 처리한 것을 보면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 사태를 정쟁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처벌을 저지하기 위한 얄팍한 속임수”라며 반발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체포와 사법처리에 쏠린 국민 관심을 분산시키고 돌리려는 성동격서 전략”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대선에 불복하고 방탄 국회를 만들어 자기당 대표 수사와 비리를 덮으려는 책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디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이 힘자랑 못 하도록 민주당 의석 좀 팍 줄여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