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03인,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한전법 개정안은 지난 8일 처리된 108건의 안건 중 63번째로 표결에 부쳐졌다. 보통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은 맨 마지막에 넣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야 모두 문제없이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 내에서 불참자들이 속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 불참자 57명 중에는 당권에 도전 중인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 의원이 포함됐다. 원내 협상을 담당하는 송언석 원내부대표도 업무를 보다 투표를 놓쳤다. 장제원, 윤한홍, 정점식, 박성민 의원 등 ‘윤핵관’ 의원들도 대거 불참했다. 당권 주자들은 지방 당원 교육 등의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고, ‘윤핵관’ 의원들은 개인 사정 등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정부에 힘 실어줘야 한다고 밖에서 목소리 높이던 사람들이 정작 정부의 중요 정책 투표할 때는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날 국민의힘에서 차기 국회 기재위·외통위·국방위·행안위·정보위 위원장 후보로 선출한 5명(윤영석·김태호·한기호·장제원·박덕흠 의원)도 모두 자리를 비웠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상임위원장 후보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 100여 명의 의원이 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다들 지도부에 ‘오전 눈도장’만 찍고 정작 본회의에는 불참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의원들에 “지역구 활동을 모두 취소하고 주말(10~11일)까지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법안을 두고 의원 자율 투표에 맡긴 민주당에서는 37명이 법안에 찬성했다. 지도부에서 이재명 당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권했고, 정청래·고민정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성환 정책위의장,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찬성했다. 소관 상임위인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김용민·이동주 의원 등 2명은 불참했고, 박영순·이용빈·이장섭 의원은 기권했다.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양이원영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청래·고민정 의원 같은 야당 강경파도 찬성했는데,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