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가운데)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는)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따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이덕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별도의 기자회견은 하지 않았다. 이 대표 이전에 추미애, 이해찬, 이낙연, 송영길 대표는 모두 취임 100일 때 기자회견을 했었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등 복잡한 국회 상황을 감안해 생략한 것”이라고 했지만, 당내에서도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검찰 수사 관련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00일 기자회견 대신 당 최고위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석열 정부 200일 동안 정치는 실종됐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췄다”며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야당 파괴에 남용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질식하는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 방탄’ 각오를 다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의 탄압과 정치 보복에 맞선 지난 100일은 참으로 험난한 시간이었다”며 “이 대표에 대한 전방위 탄압에 맞서 싸우겠다.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함께 비를 맞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100일 동안 검찰의 정치 탄압은 극에 달했다”며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가리기 위한 정적 제거와 정치 탄압은 그러나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안팎에선 이 대표가 이르면 연말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취임 100일을 맞아 지도부 전체가 다시 한번 ‘단일대오’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100일 동안 민주당이 민생은 외면하고, 이 대표 방탄에만 매달렸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회의에서 “지금 민주당에 중요한 것이 민생 살리기냐, 그분 살리기냐”라며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내팽개치고 이재명 방탄을 위해 정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어떻게 야당 탄압이라고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자신을 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이 대표 한 명을 지키기 위한 부패의 몸통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