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여야 국회의원 친선 축구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김성환 의원(서울 노원병)이 패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예산안 처리와 입법 갈등 국면 속에서 여야가 협치 회복을 위한 친선 축구대회를 18일 22년 만에 개최했다. 그런데 축구대회 참석을 인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가 지지자들로부터 “지금이 이럴 때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치 복원 명목으로 추진된 친선 축구경기 조차 용인 못하는 극단적 지지자들의 ‘양념 세례’가 여야 의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좁히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8일 국회 운동장에서는 여야 국회의원 간 친선 축구대회가 열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줄곧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얼어붙은 정국을 단체 운동으로 풀어보자는 취지였다. 전후반 50분간 고성이나 몸싸움 없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고, 0대0 무승부를 기록해 ‘패자’도 없었다. 대통령실에서도 이진복 정무수석, 전희경 정무비서관이 나와 귤을 선물하고 여야 의원들 모두를 응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경기 시작에 앞서 “서로 몸을 부대끼며 땀을 같이 흘리는 모습을 보면 국민들이 좀 더 편안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에 참석했던 윤호중(경기 구리시), 이수진·신현영(비례) 등 민주당 의원들 일부가 소셜미디어(SNS)에서 사진을 올려 축구대회 참석을 인증했다. 교체 투입된 윤 의원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장감 가득한 경기에 참여하여 기쁘다”며 “여야가 서로 부대끼고 격려하며 멋진 경기를 치른 것처럼 앞으로도 건강한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수진 의원은 “최전방 공격수로 15분 활약했다”며 “민생정치에 속 시원한 골을 넣기 위해 계속 뛰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지자들로부터 “지금 시국이 이럴때냐” “여야가 희희낙락할 시간인가” “지금은 치열한 전쟁 중이다” “정신들 차려라” “국짐당(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국민의힘을 비하하는 표현)과 축구하는게 자랑이냐”는 댓글들이 줄지어 달리기 시작했다. 19일 이재명 당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면서 비판의 강도는 더 올라갔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여야 국회의원 친선 축구 경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작전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급기야 신현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주시는 말씀을 겸허히 받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역시 축구 경기에 참여했던 김성환(서울 노원병), 전용기(비례), 임오경(경기 광명시갑) 의원 등은 관련 사진이나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지지자는 축구 경기 참석 인증을 하지 않은 주장 위성곤(제주 서귀포시), 한병도(전북 익산시을) 의원 SNS까지 찾아가 ‘이런 건 국민 위안이 안 된다’ ‘국민들은 속이 탄다’며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협치 복원을 명목으로 추진된 축구경기 하나 조차 용인 못하는 극단적 지지자들이 거꾸로 여야 의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좁히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굳이 논란이 되지 않을 사안에도 ‘양념’ 세례가 계속되면 여야 의원들이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서로 교집합을 찾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그동안 강성층만을 의식한 정치 행보를 해온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측면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