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등 국민의힘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10대 법안’ 중 단 한 건도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으로 17일 파악됐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정부가 제출한 법안 77건에 이어 여당 핵심 법안까지 막고 있는 것이다. 여당에선 “거대 야당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저는 빠질 테니 ‘K칩스법(첨단산업특별법)’을 통과시키고 (국회 차원의) 특위를 설치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양 의원은 지난 8월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반도체 지원법과 동일한 취지의 법안이지만 넉 달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양 의원은 지난 4월 검수완박법 추진에 반대하며 민주당 복당을 철회했는데, 이 때문에 민주당이 특위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양향자가 민주당에 맞섰다고 반도체특위 자체를 안 하겠다니, 첨단산업이 사적 응징의 도구라는 말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정쟁이 아닌 민생과 경제를 위해 당을 이끌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영구 임대 공동 관리비 및 공용 사용료에 대한 국비 지원을 담은 ‘장기공공임대주택법’은 지난 7월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된 뒤 진척이 없다. 납품단가연동제로 불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은 국회 민생경제안정특위에서 처리를 추진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무산된 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회송됐다. 부모급여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아동수당법’, 전자장치부착명령 대상에 스토킹 범죄를 추가하는 ‘스토킹범죄처벌법’, 범인을 만나 직접 현금을 주는 보이스피싱 행위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특별법’, ‘노후신도시 재생지원특별법’ 등도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 9월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0대 법안에 대해 “어느 특정 세력을 위한 법안이 아닌, 꼭 국민을 위해 해결해야 할 법안”이라고 했었다. 여당 관계자는 “야당이 다수 의석만 믿고 이념과 무관한 ‘민생 법안’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선 “여야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민생 법안 통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