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두고 25일 이틀째 충돌했다. 한 장관이 이날 “김 대변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김 대변인은 “내 질문 어디에 거짓이나 왜곡이 있었냐”고 대응했다. 그러나 한 장관이 술자리에 있었다는 추가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의 의혹 제기가 자꾸 엇나가면서 ‘김의겸 리스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지난 24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더탐사’ 제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30여 명이 지난 7월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더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장관직 포함해 앞으로 어떤 공직이라도 다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거시겠느냐”고 거세게 반박했다. 더탐사는 최근 한 장관을 미행한 혐의로 구성원이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한 장관은 이날 “김 대변인은 거짓말로 해코지해도 되는 면허증이라도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 청담동이라는 데를 10년간 기억해 보기로 가본 적이 없다”며 “(거짓말 해도) 책임을 안 지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이런 것 같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오후에 입장문을 내고 “해당 술자리를 직접 목격했다는 생생한 목격담이 있고, 사실이라면 엄청난 국정 문란에 해당해 확인이 필요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한 장관은 대뜸 ‘장관직을 걸겠다’며 국감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었고 국민의힘도 덩달아 내게 ‘정치 인생을 걸라’고 판을 키우고 있다”며 “뒷골목 깡패들이나 할 법한 협박에 말려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김 대변인의 입장문이 나온 직후, 한 장관은 “더탐사와 김 대변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세창 전 총재 권한대행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동훈이란 사람을 1000m, 1만m 밖에서도 본 적이 없다. 하늘을 걸고 맹세한다”고 했다.
민주당 안에서는 “또 ‘김의겸 리스크’가 터졌다”는 말이 나왔다. 김 대변인에게 제보 내용을 전달했다는 더탐사는 24일 관련 보도를 하면서 의혹의 술자리 장소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어디에서 있었던 일인지도 모르는 의혹을 국감장에서 공개 거론해 오히려 한 장관에게 되치기만 당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의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대변인은 지난달엔 한 장관이 법무부 행사장에서 만난 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따라가 의도적으로 악수 장면을 연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 장관은 24일 국감에서 이 사안에 대해 김 대변인에게 “거짓말 한 게 다 들통났는데 사과도 안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엔 한 장관의 7월 미국 출장이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대북 코인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가, 한 장관으로부터 “범죄 신고나 내부 고발을 하는 것이냐”는 반박을 받았다. 당시 김 대변인은 “수사를 할 거면 직을 걸고 하라”고 했었다. 이 표현을 받아 한 장관이 24일 국감에서 김 대변인에 “김 의원은 뭘 걸겠느냐, 거는 걸 좋아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이던 2019년 3월 ‘흑석동 건물 매입’이 논란이 돼 사퇴한 뒤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했고, 최강욱 의원 등과 함께 열린민주당 비례로 국회에 들어왔다. 열린민주당이 민주당에 흡수되면서 민주당 의원이 됐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김 대변인이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만회하려는 마음만 급한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 대변인의 역할 중 의혹 제기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실에 근거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며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가 쌓이면 당의 신뢰도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