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5일 검찰의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문제 삼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 연설을 전면 보이콧했다. 과거 일부 야당 의원이 대통령 시정 연설 중 항의 표시로 퇴장한 적은 있지만, 제1야당 의원 전원이 시정 연설에 불참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사과하라"… 尹 앞에서 피켓 든 민주당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 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에 반발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국회 무시 사과하라’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시정 연설에 전원 불참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 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기 전인 9시 30분쯤부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 모여 ‘국회 무시 사과하라’ ‘이XX 사과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구호를 외쳤다. 이 대표도 ‘야당 탄압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구호를 외치다 윤 대통령이 오전 9시 39분쯤 국회 본청에 입장하자 침묵 시위로 전환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 연설 전 약 20분간 김진표 국회의장과 정당 지도부가 참석하는 사전 환담을 가졌다. 그러나 민주당 이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장이 사전 환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여의도 날씨가 훨씬 더 싸늘한 것 같다. 오늘 국회 모습이 가장 좋은 모습으로 비쳐야 할 텐데 의장으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말 없이 웃었다고 한다.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미국 순방 당시 국회를 향해 ‘이 XX들’이라고 발언한 것을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사과할 일은 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환담을 마친 뒤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가자, 민주당 의원들은 다른 회의장으로 향했다. 민주당끼리 의원총회를 연 것이다. 반면 정의당 의원들은 시정 연설에 참석해 ‘부자 감세 철회, 민생 예산 확충′ 피켓을 좌석에 부착하고 연설을 들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참석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이 시정 연설에 불참하면서 본회의장 의석 절반이 텅 비었다. 윤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 국민의힘 의원들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일어서 박수를 쳤지만 정의당 의원들은 곧장 본회의장을 떠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시정 연설 동안 진행한 의원 총회에서 대여(對與)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고 결의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 이전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는데 그것을 추진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 제시가 있었다”고 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 시정 연설에 대해 “국민 입장에서 보면 참 무성의하다”고 했다. 그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해 “부자 감세에 기초한 예산 편성임에도 ‘약자 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며 “지역화폐 등 대략 10조원의 민생 예산을 삭감하고, 겨우 몇 푼 (복지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약자 복지’라고 하는 걸 보면서 참 비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