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도 예산보다 총지출 규모를 줄이는 등 재정 건전성을 추구하면서도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는 이른바 ‘약자 복지’ 예산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반도체 경쟁력 확보 등 미래 기술 투자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예산도 늘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불참한 야당을 향해서는 법정 기한(12월 2일) 내에 예산안을 처리해 달라면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의 연설이 18분28초 이어지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총 19차례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나랏빚은 GDP(국내총생산)의 절반 수준인 1000조원을 이미 넘어섰다”면서 “경제 성장과 약자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위해 국가 재정이 건전하게 버텨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했다”고 했다. 올해 2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지출(679조5000억원)과 비교해 6% 줄였다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채무 증가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했다. 이날 연설에서 ‘약자’를 7번 언급한 윤 대통령은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 최대 지급액 인상,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등 27만8000명 사회보험 추가 지원, 장애수당과 장애인 고용 장려금 인상, 한부모 자녀 양육 지원 대상 확대 등에 예산을 쓰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반지하·쪽방 거주자 이주 지원, 청년 원가 주택과 청년도약계좌 도입, 노인 기초연금 인상 등에도 예산을 쓰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총 1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겠다”면서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예산도 강화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며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양자컴퓨팅, 우주항공, 인공지능 등 전략기술 개발에 4조9000억원, 중소기업 스마트화 지원과 연구개발 등에 3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안보와 관련해서 윤 대통령은 “매우 엄중한 현실”이라며 “북한이 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뿐 아니라 7차 핵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대비 태세에 대해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협력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려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담대한 구상’을 통한 정치·경제적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현무 미사일, F-35A, 패트리어트 성능 개량 등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에 5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현재 82만원 수준인 병사 봉급을 2025년 205만원까지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에 130만원까지 올리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국회의 초당적 협력’,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같은 표현을 쓰며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다만 ‘협치’란 표현은 쓰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의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에 민주당이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을 고려해 포괄적 협력을 의미하는 ‘협치’란 단어 대신 예산안에 처리에 대한 협력·협조란 표현을 쓴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