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4일 검찰이 여의도 당사를 압수 수색하자 국정감사 오전 일정을 보류하고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압수 수색을 ‘정치 탄압’이라 규정하고 25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 연설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하는 등 맞불을 놨다. ‘이재명 방탄’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협치는 끝났다”며 정부·여당을 상대로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했지만, 당 일각에선 “이 대표 사법 리스크로 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날 아침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 수색에 들어가자, 국정감사 일정을 전면 보류하고 오전 10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검찰의 압수 수색에 맞서 국정감사와 25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부할지 등을 논의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모든 일정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몇몇 의원들은 “국정감사까지 거부하는 건 부적절하다.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잠정 연기하기로 했던 국정감사를 오후에 재개하고, 윤 대통령 시정연설은 거부하기로 의결했다.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시정 연설에서 야당이 국정 운영에 항의 표시로 피켓 시위를 하거나 중도 퇴장한 경우는 있었지만 아예 보이콧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국회 협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권이 야당 압살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결코 정상적으로 시정연설을 수용하고 용인할 수 없음을 결의했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정연설 최종 보이콧 여부는 내일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 자체를 못 하도록 몸으로 막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권 초 대통령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의원총회에 이어 오전 11시 30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검찰의 압수 수색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의 진두지휘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맡았다고 확신한다”며 “협치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야당을 말살하고 국민과 맞서 싸우는 윤석열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며 규탄한다”고 했다. 긴급 의총에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까지 연달아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 국감은 파행을 맞았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감 파행 책임이 검찰에게 있다는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이 그런 문제 제기할 자격이 있느냐, 적어도 오늘 이 국회에서 파행하고 나간 (민주당 의원) 여러분이 문제 유발자”라고 했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윤 대통령 사퇴를 거론하는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처럼회 소속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가장 현명한 것은 자진 사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김해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정치인한테 가장 중요한 건 관심받는 것”이라며 “현상 파악이나 실체를 잘 모르고 있거나, 개인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라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이 대표를 공격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를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난해도 모자랄 판에 당 전체가 대표 수사 방어전에 몰입해 야당 본연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 퇴진을 주장했던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단일 대오가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대항해 총결집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