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시절인 최근 5년간 책정한 대북(對北)예산 가운데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1.6%가량만 집행한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서울시민을 위해서 쓰여야 할 예산이 남북관계 개선만 기다리면서 묶인 셈이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서울시 대북예산은 2017년 19억원, 2018년 73억원, 2019년 108억원, 2020년 120억원, 2021년 107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실제로 쓰인 집행률은 2017년 100%에서 2018년 32%, 2019년 45%, 2020년 39%, 2021년 37%로 감소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긴장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예산만 잡아놓고 실제로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대북 사업 예산 429억원의 집행률은 41.6%(약 178억원)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서울·평양 간 대동강 수질개선 협력, 남북 산림협력사업,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고구려 고분벽화 현지조사, 서울·평양 간 동식물 교류, 서울·평양간 문화(예술)교류 사업은 해마다 예산이 책정됐지만 집행률은 0%였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 측은 대북 예산을 해마다 잡은 배경에 대해서 “남북 관계가 언제 개선될 지 알 수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었다.
그나마 집행된 대북예산 또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2020년 9월 22일에 예산 3400만원을 평양여행학교 후원에 썼다. 지난해 서울시의 평화통일 교육사업 예산 1636만원은 “천안함 사건은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주장한 강좌를 지원하는 데 쓰였다. 당시 강사로 나온 시민단체 인사는 “최강의 한미 군대가 연합훈련을 하는데 북한의 잠수함이 와서 폭격을 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언젠가는 밝혀야 할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는 ‘대북 구애’를 위해 조직 구성도 새로 했다. 그간 ‘과(課)’ 단위였던 대북 관련 부서를 2018년부터 국(局) 단위의 ‘남북협력추진단’으로 개편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조직을 지난 8월 다시 남북협력과를 축소하고, 집행률이 낮은 대북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올해 9월까지 대북예산은 43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종배 의원은 “묻지마식 퍼주기는 북한으로 하여금 ‘때리면 때릴수록 말을 잘 듣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쓰지도 못하는 수백억 원대 대북예산은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서울시민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