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한일 관계 개선의 가장 큰 이슈인 강제징용 해법을 찾는 데 앞장서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한·미·일 군사훈련 등을 걸어 ‘친일 몰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원로들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되는 안보 불안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부를 상대로 친일 공세를 벌이다가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열린 외교 안보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에서 “중국의 군사 굴기와 북한·중국·러시아 간 북방 3각 연대의 부상에 따라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 즉 남방 3각 연대의 가동이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북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에서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란 취지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자발적 한일 기금을 통한 피해자 배상 방안을 제안하고, “피해 당사국인 한국이 선제적 입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일본에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 양국 화해·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이다. 꽉막혀 있는 한일 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해 야권 원로들이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이재명 대표는 12일에도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일본군 한반도 주둔’ ‘욱일기가 한반도에 걸릴 수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일본이 사실상 (우리나라에) 경제 침탈까지 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은 북한이 남침을 하기 바로 5년 전, 역사적 시각에서 보면 거의 같은 시기에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무력 침공해 지배했던 나라”라며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식민 지배 역사를 고려할 때 합동 훈련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본은) 지금도 과거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여전히 성 노예와 강제징용 문제에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일본 경제 침탈’과 관련한 근거나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2019년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이를 “일본의 경제 침략”이라 표현한 바 있다. 민주당은 한·미·일 훈련을 공격하는 ‘평화안보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여(對與) 친일 공세 장기전에 돌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발언 수위를 보면 민주당의 합리적 노선에서 궤도를 이탈한 것들도 있다”며 “북핵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반일 프레임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친일 공세에 대해 “본질이 어디 있느냐를 다 알고 있으면서 위기에 몰리니까 또다시 친일 몰이에 덧씌우기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역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외신 평가가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김정은이 하고 싶은 말을 이 대표가 그대로 해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