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1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사전 보고 성격인 ‘수시 보고’가 문재인 정부에서 39건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독립성 훼손’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취지다. 실제 박근혜 정부에선 감사원의 대통령 수시 보고가 36건, 윤석열 정부는 현재까지 0건으로 나타났다. 최재해 감사원장도 이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와 관련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하기 전에 대통령실에 보고한 바 없다”고 했다.

국정감사 출석한 감사원장·감사원 사무총장 - 최재해(왼쪽) 감사원장과 유병호(오른쪽)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이날 “문재인 정부만큼 청와대 발밑에 감사원을 두려고 했던 정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면서 “감사원을 정치적으로 오염시켰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 독립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빈번하게 감사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이 감사원 독립성 척도로 제시한 것이 ‘대통령 수시 보고’ 건수다. 수시 보고는 감사원 의결 이전에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하는 것으로, 감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로 지적돼 왔다. 2019년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당시 감사원장에게 “여야 구분 없이 수시 보고 횟수 줄이는 걸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감사원의 ‘최근 10년간 대통령 수시 보고 현황’을 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6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감사위원회 의결 이전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하는 과정인 ‘대통령 수시 보고’는 39건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36건보다 3건이 더 늘어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감사원에서 청와대로 파견한 인원도 최대 12명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최대 8명보다 더 많았다. 문 정부가 임명한 이남구 감사위원의 경우,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감사원 제2사무차장을 거쳐 현재 직위에 올랐다. ‘문재인 청와대’ 김종호 민정수석 비서관은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이다.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김진국 변호사도 감사원 감사위원을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도 감사원 출신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 업무와 관련해서 대통령실에 보고한 적 있느냐는 질의에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 했다. 실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통령 수시 보고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야당 지적에 대해서도 최 원장은 “감사 개시 권한은 의결 사항이 아니라 감사원장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최 원장은 “법에 따라 감사 요구는 감사원과 국회·국민청원·국무총리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 (감사를) 요구할 수 없다”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주장에 “아니다.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최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실지 감사가 종료되는 14일 중간 발표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최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유 총장이 이 수석에게 “해명 자료가 나갈 겁니다”라고 했던 것은 감사원 독립성 훼손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유 총장은 “공직자로서 절제된 용어를 쓰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면서도 “그 소통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지금 감사원과 (대통령실의) 소통 창구가 있느냐”고 묻자, 유 총장은 “마땅한 소통 창구가 없다. 신문에 난 것 물어보면 답하는 정도인데 그것도 좀 답답한 노릇”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감사원 국정감사에선 2018년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 타지마할을 단독 방문한 일도 논란이 됐다. 감사할 필요성에 대해 최 원장은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대답했다. 최 원장은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통령실 이전 비용, 관저 리모델링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감사 계획을 묻자 “지금 저희들이 모니터링하고 있고, 적절한 시점에 감사를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