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기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기본 사회’는 이 대표가 그동안 대표 정책으로 내세웠던 ‘기본 소득’을 주거, 금융 등 다른 분야로 확장한 개념이다. 이 대표는 “소득, 주거, 금융, 의료, 복지, 에너지, 통신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도록 사회 시스템을 바꿔가야 한다”며 “우리의 미래는 최소한의 삶을 지원받는 사회가 아니라 기본적 삶을 보장받는 기본 사회여야 한다”고 했다. 국가가 나서서 소득은 물론 주거와 금융, 에너지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제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넘어 기본 사회 30년을 준비할 때”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정강 정책 제1조 제1항에도 기본 소득을 명시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완의 약속이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기초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 연설문 제목은 ‘위기를 기회로, 기본 사회가 답입니다’였고 연설문에 ‘기본’이라는 단어가 32번 등장했다.
이 대표가 이날 기본 사회를 강조한 건, 지난 대선 때 잠시 보류했던 ‘기본’ 시리즈를 다시 꺼낸 것이다. 이 대표는 대선 때 기본 소득 등을 공약에 넣었지만 국가 재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토론회 등에서 관련 언급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이날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하고 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민생을 강조하는 이 대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게 기본 복지”라며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에 대응하는 차원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초대기업 법인세를 깎아주는 등 특혜 감세로 부족해진 재정은 서민 예산 삭감으로 메우겠다고 한다”며 “‘서민 지갑 털어 부자 곳간 채우기’ 정책은 민생,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인 양극화 불평등을 확대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위기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정부·여당은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며 “민주당이 최선을 다해 막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와 주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확대, 종부세 누진세 폐지 등에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대응하는 윤석열 정부의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해서는 “법치가 아닌 시행령 통치는 삼권분립 위반이자 헌정 질서 파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북한이 ‘핵 선제 공격’을 법제화한 데 대해 “충격적이고 심각한 문제”라며 북핵 문제 해법으로 “약속 위반 시 즉각 제재 복원을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동시에 실행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한 ‘실용 외교’를 강조하면서 “미국은 유일한 동맹이고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여서 어느 쪽도 경시할 수 없고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 운신의 폭을 좁힐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일본에 대해선 역사와 경제 문제 등을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펼친다면 언제든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안타깝게도 며칠 전 대통령의 영미 순방은 이 정부 외교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조문 없는 조문 외교, 굴욕적 한일 정상 회동은 국격을 훼손시켰다”며 “제1당으로서 이번 외교 참사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 논란을 둘러싼 여야와 MBC의 공방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에게 항의하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개헌 필요성도 언급했다. ‘결선투표’를 도입해 밀실 단일화도 없애자고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취임 초에는 여당 반대로, 임기 말에는 야당 반대로 번번이 (개헌에) 실패했다”며 “대통령 임기 중반인 22대 총선(2024년) 때 국민투표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87년 체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2대 총선 때 윤 대통령의 임기는 약 3년 1개월쯤 남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제주에서 간담회를 갖고 윤 정부를 겨냥해 “요새 자꾸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적반하장’과 ‘후안무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구속된 데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10년 내내 비난을 받고 있는데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