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21일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밀어붙이는 ‘기초연금 40만원 확대’ 법안에 대해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대선 때처럼 표 좀 얻자고 막 던지고 보는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평소 복지 확대를 주장해온 정의당이지만 민주당 추진 법안은 국가 재정 여력을 무시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재원 조달 방안이 없으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뉴스1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의 기초연금 인상 추진을 환영한다”면서도 “문제는 재원”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현행 기초연금 30만원은 2030년 37조원이 들지만, 40만원으로 인상하면 49조원이 돼 약 12조원 늘어난다”고 했다. 이어 “현재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한다”며 “향후 5년간 연평균 24조원이 드는데, 이걸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면 연평균 38조원, 무려 60%가 늘어난다”고 했다.

강 의원은 “기초연금 인상은 꼭 필요한 조치지만 증세가 바탕이 되지 않는 복지 확대는 재정 위기라는 암초에 걸려 빛을 보기조차 어렵다”며 “재정 마련 없이 기초연금 인상 방안만 추진하면 정치 쟁점은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기초연금 인상은 ‘정치 쟁점용’이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앞서 현행 30만원인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늘리는 법안,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만 주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100%로 확대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한 달 30만원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고, 소득 하위 70%라는 지급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를 댔다. 민주당은 이런 내용의 ‘기초연금 확대법’을 정기국회 ‘7대 입법 과제’ 중 첫째로 선정했다. 이재명 대표도 최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기초연금 한 달 40만원씩 드리는 것은 꼭 하고 싶다”며 법안 처리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21일 부산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도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여러 가지 부끄러운 1등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살률이고, 그중에서도 노인 자살률이 참으로 참혹한 노인 복지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김성환 정책위 의장은 지난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초부자 감세에 따른 감세 총액이 5년간 60조원에 달한다”며 “기초연금 확대 재정 수요도 만만치 않아서 어떻게 설계하는 게 효과적인지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기초연금 인상 자체보다 윤석열 정부 정책을 비판하려는 게 진짜 의도 아니냐”라고 했다.

기초연금 인상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과 정의당은 물론 국민의힘도 공약한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올해 30만원이던 기초연금을 32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단계적 인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재정 여력을 감안하지 않은 기초연금 확대는 후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행한 ‘공적 연금 재정 전망과 연금 개혁 논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현행 30만원으로 유지할 경우 2030년 37조원, 2050년 120조원, 2070년엔 240조원이 든다.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2030년엔 49조원, 2050년엔 160조원, 2070년엔 320조원으로 늘어난다. 더 필요한 돈이 각각 12조원, 40조원, 80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