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연루된 각종 사건을 “정치인, 기업, 사법부가 얽힌 아수라 카르텔”이라 규정했고,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대통령실 영빈관 건립 추진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것을 겨냥해 “민주당 의원이 허위사실 유포로 의원직을 잃은 것이 정치 탄압인가.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 거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이 검찰의 이 의원 기소를 ‘정치 탄압’이라 비판하고 있지만, 이미 21대 의원들 중에서도 같은 혐의로 의원직을 잃은 경우가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한동훈 장관은 “공직선거법 위반 문제는 소속을 가리고 블라인드로 하더라도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 단순한 범죄 수사의 영역”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 수사는 정치 탄압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한덕수 총리에게 질의하는 野의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앞쪽)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덕훈 기자

권성동 전 원내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쌍방울 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대장동 개발, 성남FC 사건 등을 거론하며 “야당 대표를 둘러싼 범죄 의혹의 범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그는 “유력 정치인과 기업, 사법부가 얽힌 아수라 카르텔”이라며 “우리 모두 심기일전해 성역 없는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조사받던 이 대표 주변 인사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영화 ‘아수라’와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태양광 이권 카르텔’ ‘임대차 3법’ 등을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권의 실책으로 언급하며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만들어 놓은 비정상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바르게 세워내는 일이 윤석열 정부에 국민이 걸고 있는 기대이며 시대적 사명”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검찰의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더디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 장관이 들고 있는 저울은 기울어져 있다”고 했다. 그러자 한동훈 장관은 “김 여사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 지휘를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정파적인 접근 같다”며 “그렇게 따지면 이재명 대표 사건에 대해서 (제가) ‘이렇게 하라’고 지휘해도 되겠나”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여사가 연루된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높다”며 ‘김건희 특검법’ 추진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의원들이 어떤 의사를 결정하실 때 이렇게 여론조사만 보고 하시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영빈관 건립 추진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서영교 의원은 “(윤 대통령이) 멀쩡한 청와대에서 나가 용산 국방부 청사를 차지하더니 이제는 영빈관을 만든다고 878억원 예산을 기금에 넣었다”며 “(윤 정부가) 무능한 것도 참기 힘든데 영빈관이 웬 말이냐”고 했다. 그는 김 여사가 과거 영빈관을 옮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선 김 여사 공세 전략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김 여사 관련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의 긍정 평가는 소폭 오르고,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은 상승하고 민주당은 하락한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한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 자체가 실효성 있는 게 아니라서 국민들도 ‘정쟁’으로만 보게 되고 피로감이 쌓여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