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일 일시적 2주택자와 고령자 및 장기 보유 1주택자 등 약 18만4000명에 대해 종부세를 면제하거나 부담을 덜어주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종부세 부과 기준선을 공시가 11억원에서 최고 14억원으로 올려 최대 9만3000명의 종부세 납세자를 빼주는 데는 끝내 합의하지 못해 ‘반쪽 합의’로 남게 됐다.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가 이날 개막하면서 여야의‘100일 입법·예산 전쟁’이 시작됐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를 맡고 있는 국민의힘 류성걸·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1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한 뒤, 곧이어 열린 기재위 전체 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사위가 여야 합의 불발로 이날 열리지 않으면서 같은 날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다. 해당 법안은 오는 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종부세법 개정안에는 상속·이사 등으로 인한 일시적 다주택자와 투기 목적이 아닌 비수도권 3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를 1주택자로 취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상자는 이사에 따른 일시적 2주택자 5만명, 상속 주택 보유자 1만명, 공시가 3억원 이하 지방 저가 주택 보유자 4만명 등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기존 법상 다주택자로 분류되면서 최고 6%(1.2∼6.0%)의 중과세율로 세금을 내야 했지만, 올해는 기본 세율(0.6∼3.0%)을 부과받게 된다. 비과세 기준선도 현재 공시가 6억원에서 11억원(1주택자 기본 공제금액)으로 올라가고, 최대 80%의 고령자·장기 보유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여야는 또 만 60세 이상, 주택 5년 이상 보유 등 요건을 충족하고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총급여 7000만원·종합소득 6000만원)인 1가구 1주택자가 주택을 처분(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주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가구 1주택자 가운데 고령으로 현금 흐름이 좋지 않거나 주택 1채를 오랫동안 보유한 8만4000명은 종부세 납부를 연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제시한 1주택자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기존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자는 ‘3억 특별공제 추가안’은 야당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근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점을 감안해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취지였지만 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은 협상 과정에서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12억원까지 내렸지만 야당은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14억원으로 올렸을 때는 9만3000명, 12억원으로 하면 4만5000명이 구제받을 수 있다.

여야가 또 충돌한 지점은 정부가 시행령을 지난달 개정해 종부세 부과를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하향한 부분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계산 시 주택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이 비율이 60%인 경우엔 20억원짜리 주택을 그 가격의 60%인 12억원짜리로 계산하게 돼 그만큼 종부세액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포인트 정도는 모르지만 40%포인트씩이나 낮추는 건 조세법률주의에 맞지 않는 횡포”라며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대출 기재위원장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낮춰야 2020년 수준으로 종부세를 낮출 수 있다”며 “지금 종부세를 신규 부과받는 사람들은 2년 전 공시가 기준으로 7억원, 8억원, 9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갖고 계신 분들이다. 이분들이 부자인가”라고 했다.

여야는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올리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안 통과 시점이 늦어지면 종부세를 일단 11억원 기준으로 내고, 나중에 개인별로 따로 계산해 환급받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당 관계자는 “여야 이견이 커 통과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야당도 종부세 부담 완화를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만큼 빨리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