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31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 소속 의원들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22개 입법 우선 과제를 발표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 우선, 민생 제일이라는 기조 아래 민주당은 실용적 민생 개혁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협치’를 내세우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곧이어 “야당의 역할도 충실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폭주와 독선에 대해선 강력하게 야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민생 발목 잡는 야당으로 몰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대여(對與) 투쟁을 경고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가 이날 발표한 ‘22대 민생 우선 과제’는 친노조 입법 추진이 주를 이뤘다. 정부와 여당이 반대 목소리를 내던 내용이 많아 여야가 정기 국회에서 팽팽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은 노조의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 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처리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기업은 노조의 쟁의로 손해를 입더라도 직접적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것을 제외하고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도, 가압류 신청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여권에선 ‘노란 봉투법’이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등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운임을 차주·운수사업자·화주·공익을 각각 대표하는 위원들이 모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정하고, 화주가 이 안전 운임 이상의 운임을 차주나 운수사업자에게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고용주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최저임금제와 비슷한 취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원칙적으로 노사 간, 원청과 하청업체 간 자율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가격 협상할 때 협동 조합을 통해 공동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 협동조합법 개정안’도 여야 간 입장 차가 뚜렷하다. 이 법안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1호 법안’ 처리를 공약했던 것으로, 담합을 금지하는 현행 공정거래법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워크숍에서 노타이 차림으로 참석해 각자 추진하는 민생 법안을 쓴 손 팻말을 들고 “민생 제일, 민주당은 합니다” 구호를 외쳤다. 취임 후 연일 민생을 외치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발표 때만 민생을 10여 차례 거론했다. 민주당은 워크숍 후 브리핑에서 감사원이 특별 감사를 할 때 국회에 사전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는 감사원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탄핵 가능성도 있는가’란 질문에 “배제하지 않는다. 국회법과 헌법상 권한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선 종부세와 예산 처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중앙대 법대 선후배로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다. 권 원내대표는 “2주택자 종부세 완화가 (이 대표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는데 지금 여야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부분에 관심을 두고 들여다봐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저도 종부세 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협력적 입장을 가지라고 당에 얘기는 했다”며 “그렇다고 지나치게 과도한 욕심은 내지 말라. 그런 관점에서 잘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에선 윤석열 정부 예산안을 두고 “민생이 어려운데 (복지 예산 감축 등) 이렇게까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참 비정한 예산안”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민생’을 내세우면서 부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자신을 둘러싼 검경 수사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향후 검경 수사가 불러올 정치 공세와 여론 역풍에서 벗어날 카드로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당 살림을 책임질 신임 사무총장에 5선의 조정식 의원을 선임했다. 당의 정책을 담당하는 정책위의장에는 재선의 김성환 의원이 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