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8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오석준(59·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해야 하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 회의가 연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적격’ 방침을 고수하면서 청문보고서 채택 논의가 불발된 것이다. 국회의 대법관 임명 절차가 미뤄지면서 대법원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는 법조계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 특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오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 경과 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오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자로, 4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이다. 이날 예정됐던 전체회의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본회의 표결을 거쳐 윤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그러나 인사청문특위 개최 직전에 국민의힘이 회의 연기를 요구하면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인사청문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민주당이 오 후보자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자꾸 얘기해서 좀 더 협의해 보기 위해 회의를 미루기로 했다”고 했다. 오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 반대가 심해 시간을 두고 설득해 보겠다는 것이다. 대법관 임명은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권칠승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표결 찬반 여부를 논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당내는 물론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자의 과거 판결 사례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오 후보자가 2011년 8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를 해고한 회사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결했는데, 이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오 후보자가 과거 85만원어치 향응을 접대받은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거론하며 “함량 미달에 도덕성까지 없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오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숨겼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윤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해 “사적 모임을 같이한 바 없다. 유달리 친분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9일 인사청문회에서 윤 대통령 자택인 서초동 인근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술집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선 정권 초기 ‘발목 잡기 프레임’과 지방선거 역풍을 우려해 임명동의안을 처리했었지만 이제는 부적격 인사에 대해 굳이 양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이번 주 중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대법관 14명 중 1명이 공석이 돼 대법원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제외한 총 12명의 대법관이 4명씩 한 개 부를 이뤄 총 3개 부서로 운영한다. 곧 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이 빠진 자리를 메우지 못하면 한 개 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원합의체는 찬성과 반대 입장이 같게 되는 가부 동수(可否同數) 문제를 피하기 위해 홀수의 대법관이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김 대법관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 12명이 참여하므로, 찬반 숫자가 같을 경우 최종 판결을 내리기 어려워진다.